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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여자 Apr 07. 2023

꽃들에게 고마움을

인간의 욕구와 함께 해온 꽃들에게

꽃들의 계절 봄이 무르익어간다. 그 설레었던 시작은 바람에 살랑이며 꽃비를 내리는 절정의 전주곡 앞에 이내 무르익을 것을 알린다.


놓아주어야 하는 봄이 아쉬워  양손으로 가슴을 꼭 안고 봄 속에서 온전한 자유에 흠뻑 취해본다. 그 찰나의 취함이 금방 사라질까 꽃비 속을 거닐며 꼭 안은 두 손을 내려 바람을 느껴본다.


그 자유에 보답이라도 하듯 집으로 들어오는 길, 아파트 호수만큼 빼곡히 위아래 좌우로 늘어선 우편함에는 누런색 봉투가 주인을 기다리며 빼곡한 우편함마다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 마음을 알아주며 나는 한 손으로 봉투를 빼서 천천히 열어본다.


커뮤니티에서 봄맞이 축제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 꽃꽂이 수업도 있다. 이 수업에 등록하고 아름다운 꽃을 만나 그 꽃에 힐링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날씬한 긴 줄기를 자랑하는 세련된 공주님 같은 아약스 장미꽃을 비롯, 저마다 개성 있는 얼굴과 자태를 자랑하는 손질되지 않은 꽃들이 종류별로 구분되어 테이블 위에 쭉 늘어서 있다. 그들의 집이 아닌 것 같은 테이블 위의 꽃들이 자신들의 운명인 것 마냥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약스장미

그들의 집은 태초 모든 생명을 담아내는 대지였을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흙과 땅을 떠나는 것을 좋아했을까? 이 꽃들의 조상을 찾아가 본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3500만 년 전부터 이 땅에 뿌리를 내렸던 꽃,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꽃인 장미는 클레오파트라와 그의 연인 안토니우스가 사랑한 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장미는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쐐기 문자에서도 그 기록 발견되었다고 하니 인간과 오랜 시간 함께한 꽃임에는 틀림없다.


클레오파트라가 장미향수를 즐겨 사용하고 장미목욕을 하며 자신의 거처를 장미로 가득 채우고 그 향기로 가득 매울 만큼 장미를 사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클레오파트라에게 푹 빠진 안토니우스는 죽어서도 그녀를 기억하고 싶어서인지 죽게 될 때 자신의 무덤에 장미를 뿌려달라 유언했다고 한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향수와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되었던 장미유는 그 당시 생산비용이 사악하였는데 무려 6만 송이의 장미가 있어야 겨우 장미유 28g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붉은 장미의 꽃말은 존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역사에서의 장미는 28g의 장미유를 생산하는데 6만 송이의 장미를 쓸 정도의 사치재였다. 이집트에서는 이렇게 장미의 수요가 많아지자 장미꽃이 비싼 값으로 수입되었다.  아마 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곳곳에서 장미가 재배되었으리라.




튤립은 세계최초 거품경제의 일화로 유명하다. 오스만튀르크에서 넘어온 화려하지 않지만 진귀한 튤립은 네덜란드 신흥 부자들의 과시욕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17세기 유럽 북부의 가난한 나라에 자본이 넘치기 시작하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주변으로 신흥 부자들이 탄생했다.

신흥부자들이 기꺼이 진귀한 튤립에 지갑을 열면서 튤립은 투자상품이 되었고, 결국 튤립버블을 야기시키며 이는 네덜란드 경제대공황의 신호탄이 된다.





다양한 종의 장미와 튤립등 관상용 꽃들은 인간의 과시욕, 소유욕, 사치욕을 업고 꾸준히 재배되고 개량되면서 현재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 인간의 과시욕과 사치욕을 충족시켜 준 꽃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욕구에 맞게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역사를 이어 오지 않았을까? 


현재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다양한 꽃들은 아름다움을 마음에 넣기 위한 힐링용으로  결혼식, 파티 등의 장식용으로 장례식장의 추모용으로 역할을 다하며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역할 속에서 세월의 변화 따라  변모된 인간의 욕구를 담아낸다.


그저 땅이 아닌 테이블에 놓인 꽃이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저 아름다운 꽃들은 사람들 옆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함께할 운명을 타고났기에 꾸준히 탈바꿈하며  진화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


아스팔트 틈을 비집고 나오는 야생의 민들레를 지나 꽃집에 가면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모종이 있고, 큰 화분에 심어진 화분용 꽃이 있고,  꽃집 가장 안쪽 쇼케이스에는 흑에서 빠져나온 긴 줄기를 물에 담그고 주인을 기다리는  꽃이 있다.


민들레, 모종, 화분꽃, 관상용 꽃등 꽃들도 사람과 같이 저마다 타고난 인생의 그릇이 있다면, 관상용 꽃은 땅이 아닌 곳에 심어져서 슬픈 것이 아니라 땅에서 뽑혀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사랑받을 수 있기에 기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자신이 존재하는 한  정성을 다해 함께하며 교감하는  사람을 만나 사명을 다하고 행복한 이별을 할 것이다.  순간 꽃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처럼 서로에게  길들여져  특별한 존재가 된다.


예쁘게 자리를 찾은 나의 꽃을 보며 함께하는 동안 정성을 다해 보살피며 그 시간 동안 함께 행복한 인연을 만들어 보기로 약속한다.

나의 꽃들에게

오랜 시간 사람들의 변화된 욕구를 채워주며 함께했고, 지금은 힐링하고 싶은 나의 욕구를 채워주는 아름다운  너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꽃다운 봄, 가장 꽃다운 특별한 나의 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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