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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여자 Apr 10. 2023

봄의 절정 앞에 멈춘 햇살의 쉼

솜사탕

아들 친구의 생일을 맞아 아침 일찍 서둘러  친구가족들과 서해안으로 향한다.


어느새 봄은 그 절정을 보여주기 전에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린 후, 꽃비로 뿌려진 꽃잎의 아쉬움을 봄비로 밀어내며  잠시 쉬어간다.


아름다운 꽃을 샘내는 차가운 바람을 맞은 따스한 햇살은 그 절정을 위해 햇살 아래 쉬고 있는 봄을 잠시 놓아준다.


그리고 약속한다. 성숙해져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을 때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햇살은 차가운 바람 앞에 잠시 물러가 그렇게 다음을 기약한다.




길 위를 달리는 차의 창문을 내리니, 익숙한 향기와 멀리 길을 잃은 낯선 바다향기가 바람과 버무려져 장난치듯이 코와 얼굴을 간질인다.


산정상에 올라 성취의 기쁨을 만끽하며  태극기를 꽂을 때 펄럭이는 그 시원하고 뿌듯한 바람이 오랜 시간 차멀미에 매달렸던 시름을  털어준다

잠시의 쉼이 남아있는 시름조차  완전히 털어낼 것 같아, 여러대의 차를 넘어 탄탄한 아스팔트 길을 달려 쉼터로 향한다.


세찬 봄바람과 따스한 햇살도 이 쉼터에서 서로의 자리를 바꿔, 꽃샘바람 뒤에 숨어있던 따스한 햇살이 다시 우리를 반겨준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뽑은 솜사탕이 나오길 기다리며 로봇 솜사탕 기계의 유리벽에 매달려 있다.


(아이들)"우와"


유리벽 넘어 로봇손이 솜사탕 만드는 것을 보고있자니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가 보다.


(나)"수민이 솜사탕은 뭐야?"

(수민)"나는 꽃모양 솜사탕"

(나)"호박이는?"

(아들)"내 솜사탕 이름은 오로라래."


꽃과 오로라는 아이들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로봇의 손에서 기대만큼 커져가고 거기에 아이들의 웃음과 기쁨도 더해진다.


어느새 얼굴보다 더 큰 솜사탕이 되어 그걸 바라보는 우리도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 만들어져 나올 솜사탕을 기다리는 우리 주변으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속에서  완성된 솜사탕을 받아 든 아이들은  순간 주인공이 된다.

 

솜사탕을 손에 쥔 아이들은  파스텔 색감의 신기한 '꽃'과 '오로라'를 만끽하며 다른 이들에게 웃으며 자리를 내어준다.

솜사탕을 든

그 짧은 쉼으로 멀미를 털어내고, 꽃과 오로라의 은은함을 손에 쥔 주인공이 되어 솜사탕의 달콤함 맛에 허우적 되며 웃는다.




다음을 기약하며 물러갔던 햇살은 쉼과 함께 돌아와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비추며 더 많이, 더 넓게 그 따사로운 에너지를 뿜으며 더 커진 자신을 내민다.


여행의 쉼은 달콤한 마음과 몸의 휴식을 만든다.


인생길의 쉼은 한 꼭지의 절정을 맞이하기 전, 차가운 바람을 마주하며 목적지를 향해 봄길을 달려 그 길을 재촉하는 우리를 잠시 붙잡는다.


봄을 잠시 놓아주고 물러갔던 따스한 햇살이 구름 위에 앉아 봄비가 흩뿌려 놓은  꽃비를 찾는다.


꽃비는 햇살에게  봄의  절정의 씨앗을 가져다 주더니, 어느새 바람에 흩날리이별은 고한다.


그리고 우리가  멈춘 발걸음은 그 쉬고 있던  따스한 햇살을 만나  푹신한 솜사탕 구름에 몸을 던져 온전히 그 쉼의 주인공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여유를 선물 받는다.


우리의 절정도 햇살의 절정도 그렇게 쉼이라는 교차점에서 서로를 껴안고 다시 나아감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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