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해악의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는 예술계의 악동, 이단아, 장난꾸러기, 사기꾼으로 불린다. 그를 표현하는 단어가 모범적인 예술가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그는 대중적인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모범생은 아니지만 그가 충분히 매력 있는 예술가임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황금변기(작품명 '아메리카") 도난 사건, 작품 "코메디언"의 표절 논란, 다양하게 패러디된 "코메디언"이라는 작품, 그리고 바나나를 벽에 붙여놨을 뿐인데12만 달러(한화 약 1억 5천)에팔려 세상을 놀라게 한 일, 또 그 비싼 바나나를 행위예술가인 '데이비드다투나'가 배고파서 단숨에 먹어버린 사건등 그의 작품 관련 에피소드들은 대중의 입에 종종 오르내린다.
그리고 작품의 관심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 또 다른 이슈나 가십거리를 가져오며 카텔란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렇게 그는 항상 대중들의이야깃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이런 그의 작품들이 한국 리움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카텔란은 보통 소규모의 전시를 주로 하는데 이번 한국의 리움미술관에는 1990년대에서 2023년까지 그의 작품 38점이 전시되며, 그 규모가 현재까지 카텔란 전시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라 한다.
많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이슈 덕분인지 리움미술관 카텔란의 전시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예매하기힘들다. 나 또한 당일 취소표를 간신히 구매해 관람할 수 있었다.
특별전시관 입구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바닥에 깔린 "아름다운 나라"(1994)라는 대형 카펫이 보인다. 조심해야 한다. 작품인 줄 모르고 밟기가 딱 좋다.나 또한 당당하게 카펫을 지르밟고 갈 뻔했다.
이 카펫은 무분별한 관광산업으로 병든 이탈리아를 표현했다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밟을 뻔해서 더러워질 카펫을 미리 예상한 걸까?
"아름다운 나라 "(1994)
그 카펫을 지나 천정에 긴 목을 늘어뜨리고 있는 말이 인상 깊다."노베첸토"(1997)라는 작품인데 말이 전쟁의 상징이듯,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의 이상과 몰락을 상징한다. 매달려있는 말이 무섭기도 하지만 그 느낌 또한 전체적인 전시의 즐거움에 묻히는 듯하다.
"노베첸토"(1997)
"아버지"(2021)라는 작품의 너덜너덜더러워진 발은 카텔란 자신의 발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보며 아버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땅에 묻힌 기도하는 두 손이 보이는 작품의 제목은 "어머니"(1999)이다.
두 시간 동안 기도하는 손만 드러내고 땅에 묻혀있어야 하는 것이 이슬람 계통의 수행방식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두 손이 묻히도록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를 상징한 것일까?
"아버지"(2021) "어머니"(1999)
카텔란은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라 했으니 무엇을 생각하든 당신이 생각하는 게 정답이다.그래서 더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으니 이 또한 카텔란의 의도일까?.
누구세요? 왜 여기 있죠?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작품 "그"(2001),히틀러가 참회한 적이 있던가? 여기서는 참회하는 히틀러를 볼 수 있다. 그는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
바닥 뚫고 나온 카텔란? 어머 몰래 자신의 작품을 구경하는 건가? 미술계를 도발한 것처럼 바닥까지 뚫고 도발하는 것일까?
"그" (2001) "무제"(2010)
그의 작품들을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말이 천정에 걸려있고, 바닥까지 뚫고 머리 킥하며 등장하는 카텔란 본인에, 무릎 꿇고 참회하는 히틀러. 거기다 전시관 곳곳의허전할 수 있는 공간을 채운 비둘기,일정한 간격을 두고들리는 북소리,자전거 타고 전시장을 누비는 찰리까지. 전시장을 꽉 채우는 듯한 작품의 구성이 관람객들을 배려한 듯 심심한 틈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시간, 공간을 채우고 재미를 더한 역동적인 관람은 예술계의 이단아인 카탈란의 도발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의 도발이 관람객들한텐 곧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또한 카텔란은 그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는 곳곳에 패러디된 유명작인 "코메디언"을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친근한 카텔란, 친근하기에 미워할 수 없는 악동이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