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지분 쪼개기가 된다고?

feat. 장위 3 구역 조합설설립인가 취소

by 노는여자 채윤

장위 3 구역의 탄생과 소멸

장위3구역 위치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장위 3 구역은 약 6만 6000m 2의 면적으로 구역 내 빌라가 별로 없고, 대부분이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져 구역지정 당시 사업성이 매우 좋은 구역으로 꼽혔다. 좋은 사업성으로 관심받던 3 구역의 조합설립인가가 최근 취소되었고, 추진위원회 상태로 돌아오며 사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앞으로 장위 3 구역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궁금한 마음에 관심이 생겼다.


3 구역은 2004년 5월 9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으며, 2008년 4월 3일 정비구역으로 지정, 2019년 5월 9일 토지소유자 512명 중 391명의 동의를 받아 동의률 76.37%로 조합설립인가를 받는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와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동의요건을 동시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조합은 성북구청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올해 8월 조합설립인가 처분취소에 대해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취소한 원심판단(서울고등법원 2022. 7. 6. 선고 2020누 69092 판결)을 수긍하여 상고기각 결정을 하였다(즉,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를 하였다.)


최근 장위뉴타운은 사업이 해제되었던 구역이 공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확정되거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추진되는 등 사업 재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뉴타운 내 지체되었던 사업이 재진행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가운데, 장위 3 구역은 조합설립인가취소 처분을 받으며 다른 구역들과는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그러면 왜 장위 3 구역은 이렇게 파란만장한 길을 걷게 되었을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대명 종합건설의 지분 쪼개기

'주식회사 대명종합건설'등은 2008년 7월 2일경부터 2018년 11월 6일경까지 장위 3 구역 내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지분을 임직원이나 기타 지인 등 총 209명에게 매매, 증여등을 원인으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전받은 지분 소유자 중 194명의 지분은 1제곱미터 이하에 불과했다.


뒤에 소송결과에서 알 수 있겠지만 '대명종합건설'이 이렇게 10여 년의 기간 동안 지분소유권이전 등기를 한 것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조합설립 동의 요건(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이하 '도시정비법'> 제35조 2항)을 충족시켜 설립인가를 받고 대명건설 주도하에 개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35조 2항

재개발사업의 추진위원회(제31조 제4항에 따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닌 하는 경우에는 토지등 소유자를 말한다.)가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다음 각호의 사항을 첨부하여 시장. 군수등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대명건설의 지분 쪼개기로 인해 재개발 사업의 조합설립 동의요건이 충족되고, 이에 성북구청장은 2019년 5월 9일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 512명 중 4분의 3 이상인 391명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아 조합설립인가처분을 한다. 이 인가 처분에 대해 원고들(장위 3 구역 거주 주민들)은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장위3구역 입구


지분 쪼개기가 된다고?

1심 법원은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성북구청)들의 손을 들어주어 원고(조합원들) 패소결정을 하였다. 그렇다면 지분 쪼개기는 합법적인 것이란 말인가?


지분 쪼개기의 경우, 재개발 입주권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거나 장위 3 구역 사례처럼 조합설립인가 동의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재개발 사업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빌라업자들은 지분 쪼개기를 악용하여, 입주권이 나오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지어 고가 분양하며 재개발의 사업성이 악화시켰다. 그리고 입주권을 받기 위해 지어진 신축 건물의 난립은 노후화에 기반을 두고 진행하는 재개발사업에 있어서 노후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업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이 때문에 현재는 '권리산정일 후'에 지분 쪼개기를 한 경우, 입주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권리산정 기준일을 '도시정비법'이 규정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제 77조(주택 및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의 산정기준일)

①정비사업을 통하여 분양받을 건축물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6조 제2항 전단에 따른 고시가 있은 날 또는 시. 도지사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기본계획을 수립 후 정비구역 지정. 고시 전에 따로 정하는 날(이하 이 조에서 '기준일'이라 한다.)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한다.(개정 2018.6. 12)

1. 1필지의 토지가 여러 개의 필지로 분할되는 경우

2.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주택이 다세대주택으로 전환되는 경우

3. 하나의 대지 범위에 속하는 동일인 소유의 토지와 주택 등 건축물을 토지와 주택 등 각각 분리하여 소유하는 경우

4. 나대지에 건축물을 새로 건축하거나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 그 밖의 공동주택을 건축하여 토지등 소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우

②시. 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기준일을 따로 정하는 경우에는 기준일. 지정사유.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의 산정 기준 등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해야 한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지분 쪼개기 또한 개발 사업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리는 장위 3 구역 소송 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현재 '도시정비법'에 권리 산정기준일을 정해 '지분 쪼개기'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의 재산권 제한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하다. 이번 대법원 판단 또한 지분 쪼개기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명의신탁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의 판결이었다. 즉 지분이전에 대한 명의신탁의 증거가 발견,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토지소유자를 인위적으로 늘린 것으로 보아 지분 쪼개기의 탈법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개발이 완료되어 입주완료한 아파트와 장위3구역 골목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건설회사가 형식적인 증여, 매매 등을 원인으로 하여 임직원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명의로 과소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방식(소위 ‘지분 쪼개기’)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늘리고 그들로 하여금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함으로써 재개발조합을 설립한 사건(장위 3 구역의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에서,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및 동의자 수 산정 방법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도시정비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 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동의정족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 및 동의자 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취소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두 51901 판결).


판결의 의의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후에도 토지 또는 건축물 중 일부 지분에 관 한 양도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판결은, 재개발조합설립을 위하여 형식적인 증여, 매매 등을 원인으로 하여 임직원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명의로 과소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소위 ‘지분 쪼개기’ 방식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늘리고 그들로 하여금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동의정족 수를 산정할 때 위와 같이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전체 토지등소유자 및 동의자 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설명하여 보임) 한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즉, 명의신탁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탈법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로, 모든 지분 쪼개기의 탈법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개발지 '지분 쪼개기' 성행에 대해 관할관청의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과 '지분 쪼개기'가 개발사업지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재개발지의 투기수요 유입 방지에도 조금은 기여했으리라 본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장위 3 구역 조합장은 물러났고, 다시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사업추진에 대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구역에 오래 거주한 한 주민은 "어떻게든 개발이 되어 새 집에서 살고 싶다"라고 말한다. 소송 결과, 사업진행은 뒷걸음질 쳤지만, 새로운 보금자리의 탄생을 원하는 대다수 주민들의 바람은 여전하다.


소송결과는 그렇다 해도, 대명종합건설 관계인들이 전체토지면적의 절반이상의 소유권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다. 이 상태에서, 다른 기업이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 해도 대명종합건설을 배제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큰 에너지가 투입되는 재개발 사업은 그 쏟아내는 에너지의 크기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진행과정 곳곳에 변수가 가득하다. 장위 3 구역의 사례 또한 그 변수의 발동으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방향으로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개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장위 3 구역의 행방을 꾸준히 모니터링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 속에서 내재된 가치를 발견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손을 내밀어 줄지 모른다.

쉼은 다시 도약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이치는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온다. 장위뉴타운 내 해제되었던 구역들이 기존의 옷과는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한 것처럼, 방향을 틀어돌아올 장위 3 구역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오랜 기다림과 인고의 세월을 거쳐 새 옷을 입을 3 구역과 그것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 만나서 3 구역에 맞는 옷을 찾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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