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없는 계절이 시작되던 날

눈이 오던 날, 아빠를 잃었다

by 소윤담

2016년 이 맘때쯤, 강남역 한복판에 눈이 내리던 날

그날의 나는 입사한 지 세 달이 된 신입사원이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되고 힘들었다.
매일이 지옥의 연속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고달팠고 괴로웠다.

야근은 일상이었고,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술자리는 거의 필수처럼 따라붙었다.
몸은 늘 지쳐 있었고, 하루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날을 버틸 체력을 걱정해야 했다.

그래서 휴일만 되면 나는 스스로를 달래듯 “쇼핑!”을 외치며 일산에서 강남역으로 향했다.
강남역을 몇 바퀴씩 휘젓고 다니며 쇼핑백을 몇십 개씩 들고, 높은 구두를 신고
괜히 “룰루”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그건 즐거워서라기보다는, 그렇게라도 자기만족에 취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서였다.
그 순간만큼은 힘든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으니까.

그날도 오늘처럼 유난히 추웠다.
추위 때문인지, 피로 때문인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쇼핑을 마치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하늘에서 눈이 믿기지 않을 만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상했다.
눈이 오면 늘 괜히 설레고 기뻤는데,
그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았다.


‘눈이 내리는데, 왜 이렇게 슬프지…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이,
내 인생이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날이라는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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