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면 늘 거기 있었다.
아빠와 고모는 나를 엄청 예뻐했다.
사진을 보면 안다.
늘 내가 가운데에 서 있고,
아빠의 손은 항상 내 어깨 위에 얹혀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두발 자전거를 배우던 날이다.
아파트 단지 안,
저녁 햇살이 길게 늘어지던 시간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넘어졌고,
무릎에는 이미 작은 상처가 생겨 있었다.
“아빠, 나 못 타겠어.”
울먹이던 나를 보고도
아빠는 절대 ‘그만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넘어지는 건 배우는 거야.”
아빠는 내 자전거 뒤를 붙잡고 뛰었다.
숨이 가빠질 만큼,
운동화를 질질 끌면서도 끝까지.
“앞만 보고 가. 뒤돌아보지 말고.”
나는 겁이 나서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렸다.
그때마다 아빠는 거기 있었다.
내 바로 뒤에서.
그러다 어느 순간,
손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혼자 달리고 있었다.
넘어질 것 같았지만 넘어지지 않았고,
멈출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아빠는 멀리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마치 내가 세상을 정복이라도 한 사람처럼.
그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 가족을 데리고 나갔다.
여름이면 당연하다는 듯
캐리비안베이에 갔고,
겨울이면 스키복을 챙겨 휘닉스파크로 향했다.
나는 그게 특별한 사랑인지 몰랐다.
모든 아빠가 다 그런 줄 알았다.
아침마다 방문이 열리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잘 잤냐?”
잠결에 고개를 끄덕이면
아빠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나갔다.
그 손길은 늘 따뜻했다.
퇴근길에는 꼭 옷을 사왔다.
대부분은 카키색, 무채색.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 색들이었다.
“이게 세련된 거야.”
나는 입을 삐죽였고, 아빠는 웃었다.
그 웃음에는 늘 여유가 있었다.
내가 싫다고 해도, 결국은 입게 될 걸 아는 사람의 웃음.
그 시절의 나는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굳이 계산하지 않았다.
사랑은 확인하는 게 아니라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거라고 믿었으니까.
나는 당연함이 영원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