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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ung Lee Dec 23. 2016

Le Mensonge(거짓말)

거짓말과 만난 소녀의 마음

copyrignt (c) édition rouergue

Le mensonge(거짓말)

Catherine Grive

Frédérique Bertrand (illustrateur)

2016.04

40 pages



내일이 벌써 크리스마스이브네요.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 방학이라 아이들과 내내 같이 있어야 합니다. 또 정신없겠지요. 


이번에는 거짓말에 관한 그림책을 소개해드립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혼날까 봐,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 작은 이유로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거짓말은 대부분 악의가 있다기보다 아직 대처능력이 부족하고,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한 두려움, 순간의 난관을 회피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저의 큰 아이도 이제 막 두 살인데 거짓말은 아니지만 '모른 척'(나 몰라요~)을 합니다. ㅋ 인정하기 싫거나 혼날까 봐 무서울 때 딴청 피우면서 외면하는데 어쩜… 귀엽기도 하고 ^^;



한 여자아이가 가족들과 아주 평범하고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아이에게 거짓말은 아무렇지 않게 불쑥 찾아옵니다. 아주 작은 단어로, 아주 사소한 일로 말이지요. 이 그림책에서 거짓말은 빨간 동그라미로 보입니다. 


빨간 동그라미(거짓말)은 소녀 머릿속을 떠나지 않나봅니다. 소녀의 마음과 동그라미, 둘 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처음 거짓말을 하고 방에 오면 거짓말(빨간 동그라미)은 그녀 방에서 소녀를 기다립니다. 소녀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도 항상 거기에 있는 거짓말이 불편합니다. 외면도 하고 가라고 속삭이지만 거짓말은 그녀를 늘 따라다닙니다. 방에도, 소녀가 씻을 때도, 학교 갈 때도, 수업시간 에도요.. 그리고 크게 불어나서 소녀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소녀가 내뱉은 작은 거짓말은 점점 불어나고 커지고 개수가 많아지면서 소녀는 두려움과 혼란에 휩싸입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 더 이상 믿어주지 않나요?",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좋아해 주지 않나요?". "그럼 진실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요?" 빨간 동그라미는 이제 소녀의 맘 속에서 감출 수 없을 커졌습니다. 소녀는 결심합니다. 뾰족한 바늘로 커질 대로 커진 거짓말을 찔러 터뜨리지요. 사라진 빨간 동그라미. 빨간 흔적이 사라진 소녀의 얼굴에 미소가 퍼집니다. 



이 책은 거짓말을 하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되 상황중심의 서사구조가 아닌 거짓말 자체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한 후 소녀의 심리묘사가 주된 서사구조인 셈이지요. 거짓말을 한 후 불편한 마음은 어른들도 모두 잘 알 것입니다. 이 불편함을 빨간 동그라미로 시각화시켜서 무겁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움 아이의 마음을 그림으로 훌륭히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책 말미에는 거짓말(빨간 동그라미)이 커지고,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면서 끊임없이 반복될 때, 마치 야오이 쿠사마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인상도 풍깁니다. 야오이 쿠사마는 일본의 저명한 설치미술가 겸 조각가로 유년기에 겪었던 정신착란과 환영을 작업의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합니다. 소녀의 거짓말도 야오이 쿠사마의 물방울무늬처럼 소녀 주변을 가득 메웁니다. 마치 착란을 일으킬 것 같은 이 이미지… 소녀가 느끼는 혼란이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소녀는 끝내 결단을 내립니다. 아픈 것을 알면서도 뾰족한 바늘이라는 '진실'을 선택하지요. 용기 있는 소녀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소녀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그저 사소하게 시작된 거짓말과 그 거짓말로 소녀가 겪게 되는 혼란,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한 후 가볍고 속 시원해진 소녀의 상태만이 볼 수 있습니다. 거짓말과 만나고, 함께하고, 물리친 소녀의 이야기. 사건 중심의 그림책보다 어쩌면 더 효과적이면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감이 되는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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