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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ung Lee Jan 02. 2017

Chez moi(내 집)

먼 곳으로 돌고 돌아 찾은 내 집

copyrignt (c) édition actes sud junior


CHEZ MOI

TEXT : DAVIDE CALI

ILLUSTRATION : SÉBASTIEN MOURRAIN

EDITION : ACTES SUD JUNIOR

Mai 2016 


일주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났습니다. 오늘 드디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시 갔네요.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그래도 시간은 가는 모양입니다. 이번 그림책은 진정한 '내 집'을 찾는 소년의 성장기와 여행기를 담았습니다. 지난번 소개드렸던 그림책 Bigoudi의 그림을 그렸던 Sébastien Mourrain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절제된 연필선 속에 깨알 같은 재미들이 숨겨있는 그의 그림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Chez moi는 내 집이란 뜻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꿈이 되었지요. 돈도 돈이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 집에 들어가서 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정말 나에게 꼭 맞는, 내가 그 안에서 오롯이 편안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잘 골라야 합니다. 이 책 또한 작은 어촌마을에서 자란 소년이 18살이 되어 독립하면서 도시로 오고, 직업을 갖게 되면서 진짜 자기 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습니다. 동시에 성공과 부, 명예가 뒤따라도 결국 유년기의 추억 속에 있는 순수함과 소박함으로 다시 돌아가는 삶의 큰 굴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긴 인생을 폭넓게 다루되 '집'이라는 소재에 초점을 두고 있지요.



책의 내용은 약간 상투적이고 단순합니다. "나는 항상 어떤 장소, 도시, 집을 내 집으로 여기는 게 어려워요. 하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는 집이 필요하지 않나요?"라고 책은 시작합니다. 어린 소년은 바다 앞에 있는, 심심하기 그지없는 작은 집을 진짜 자기 집으로 여기지 못합니다. 18살이 되면서 도시에 살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 떠납니다. 부릉부릉 스쿠터를 타고 도착한 도시에서 소년은 학생들이 다닥다닥 모여사는 맨 꼭대기 층의 작은 스튜디오에 정착하지요. 



여전히 그는 질문합니다. "나는 내 집을 찾았나?" 아닙니다. 소년은 더 활기차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모험을 원했습니다. 이제 자동차를 타고 소년은 더 큰 도시 파리로 떠납니다. 거기서 예술가 마을에 정착하고 사람들을 그리고 길에서 음악가들과 어울리고.. 소년은 이것이 진짜 자신이 원했던 집이라 생각합니다. 



20살에 그는 예술가로 큰 성공을 합니다. 하지만 곧 자신의 삶이 사진 속에 박힌 박제 같다는 느낌을 받지요. 그는 곧 외국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19층 아파트에서 스카이라인 사이로 저무는 해를 보며, 매일 같은 사람, 같은 카페, 같은 파티가 아닌 더 색다른 영감을 받기를 원했습니다. 뉴욕에 그는 정착하여 자신이 원하는 집이 바로 이것이었음을 압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르고, 그는 메가폴리스(대도시)에 실증을 느낍니다. 활기차던 거리는 무관심으로, 영감을 주었던 군중은 익명의 사람들로, 서로 인사도 주고받지 않는 이 도시와 거리를 두고 싶어 졌지요.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전원주택에 수영장이 있고 옆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지내는, 모두와 거리를 두고 사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집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또한 멍청했음을 깨닫습니다. 골프는 칠 줄도 모르고, 수영장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가득하고, 크고 넓은 집에 모든 테크놀로지와 첨단 시설은 다 갖춰있지만 어딘가 허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더 멀리, 더 외진 곳에 있는 아주 작은 섬에 정착하기로 합니다. 야자수로 가득한 이곳에서 사람들의 삶은 심플하고 화기애애합니다. 



하지만 곧 섬 생활도 자신의 집, 자신에게 맞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그럼 과연 뭘까? 그는 질문합니다. 이제까지 경험으로 보아 그는 자신이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가방과 스케치북을 들고 세계여행을 하지요. 유럽, 모스크바, 이집트, 중국, 인도 등등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닙니다. 우연히 누군가 작은 집을 판다는 광고를 보기 전까지요. 그는 인터넷에서 이 작은 집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방문도 하지 않은 채 바로 계약을 하지요. 그리고 긴긴 여행을 끝으로 그는 이 작은 집으로 들어갑니다. 바로 바다 앞에 있는, 큰 볼거리도, 재미도 없어 보이는 이 집은 어렸을 때 소년이 살던 집과 똑같습니다. 



"때 때로 먼 곳을 돌아와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단지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오기 위해…"라고 이야기는 끝납니다. 


책의 구성 또한 아주 심플하고 반복적입니다. 소년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텍스트가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서 정착한 소년(남자)의 모습을 펼침면으로 시원하게 보여주지요. 이 같은 구조는 마치 로드무비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매번 이 구조가 반복될 때마다 독자는 '또 떠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반복이 중첩될수록 소년의 역마살은 더 극에 달아하지요. 대도시의 화려함을 버리고 점점 더 야생과 자연을 찾아서, 결국은 정착을 버리고 세계여행으로… 소년이 타는 운송수단의 변화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자전거, 스쿠터, 자동차, 비행기.. 스포츠카, 배… 운송수단만 보아도 다음 정착할 곳이, 이 소년이 원하는 삶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이 책은 약간 상투적인 내용이지만 적절한 반복과 리듬을 따라 이야기를 잔잔하게 잘 들려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텍스트가 지루하지 않습니다. 1인칭 내레이션으로 되어 있어 주인공의 삶 속으로 풍덩 들어갈 수 있지요. 그리고 이 주인공의 말투(내레이션)와 그림이 찰떡궁합이 되어, 그림책은 지루할 틈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남편은 너무 뻔한 이야기라며 재미없다고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다시 처음 바닷가 집으로 돌아온 늙어버린 소년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몹시 뛰기도 하고 아리기도 했습니다. 수구초심일까요?


소년은 더 큰 곳으로, 더 넓은 곳으로, 더 먼 곳으로 돌고 돌다가 결국 자신이 진짜 원하던 집이 무엇이지를 한참 후에야 알게 됩니다. 탄성 있는 고무줄이 멀리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물 속 깊이 내려가서 바닥을 발로 치고 올라오는 것처럼요. 가장 가까이 있는 가치는 옆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멀리 가야지만 그 소중함과 중요함을 다시 알게 되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갈구하고 욕망하는 진짜 내 것, 나의 삶, 내가 원하는 것은 꼭 화려하고 세련되고 남들이 쉽게 얻지 못하는 것들이 아닌, 의외로 소박하고 작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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