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명의 마음이 모인 결과, 나와 다르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2022년 3월9일 오후 7시30분.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0.6%p’. 심지어 J 기준으론 거꾸로 ‘0.7%p’. 승자가 누군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언론사들이 통상 시나리오별 기사를 준비해 놓지만 이 정도 박빙을 예상한 곳은 없었을 거다. 기사 뜯어고치고 새로 쓰고.. 기자들은 완전 멘붕에 빠졌다. 출구조사 발표부터 새벽 5시쯤까지 10시간 정도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정신 혼미하고 피곤하고 졸렸지만 그 이상의 쾌감이 있었다. 그건 어떤 거대한 정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길게 보면 지난 1년간 이어진 대선 국면을 취재하며 내 심경은 그야말로 ‘할많하않’이었다. 뭐 그건 유권자들이나 기자나 마찬가지일 거고 나도 생각이야 많았지만 기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이 글에서도 각 후보에 대한 호불호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 위대한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총 4년 반 정도 정치부에서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를 겪으며 느낀 건 하나다. 민심은 천심이란 것. 어떤 예상도 의미 없다. 민심은 어떤 순간에도 늘 예상을 깨는 절묘한 결과를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 민심을 우습게 보고 방심하는 순간을 놀랍게 캐치해 준엄한 심판을 내린다. 민심은 한 명이 아니라 수백, 수천만명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단 점에서 더욱 위대하고, 그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수천만 명이 더 나은 미래를 염원하며 힘들게 고민 고민해 귀중한 시간을 들여 표를 던졌다. 그 수천만 개의 마음이 이룬 총합의 결과다. 결과가 내 뜻과 다르다고 나와 다른 마음들을 미쳤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결과가 내 마음과 같다고 진 쪽을 향해 역시 너넨 틀렸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특히 이렇게나 한끗 차이로 승패가 갈렸는데 말이다. 사실상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반으로 갈렸다. 나의 마음만큼 나와 다른 이들의 마음도 소중하단 것, 그들이 그렇게 판단한 데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 거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음 이 나라는 파국으로 갈 거다.
모두의 반성을 요하는 교묘한 결과다. 낙승을 자신한 국민의힘은 0.7%p가 던지는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왜 젊은 여성들이 막판 이재명으로 결집했는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2030 여성들이 ‘우리도 여기 있다’고 스스로의 존재를 표로 증명해 보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정치 경험이 이토록 적은 후보를 끝내 대통령으로 세운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암울했던 탄핵 국면이 끝나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 하늘을 찌를 것 같았던 기대감을 기억한다.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사진이 F4, 얼굴 패권주의라 불리며 별 게 다 화제가 되던 시절. “이렇게 인기가 좋은데 이 정부도 말기엔 레임덕에 시달릴까요?” 선배한테 물었을 때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박근혜 때도 초반엔 그랬어.”
아무튼 협치와 화합이 너무 중요해져 버렸다. 이 모든 게 똑똑한 유권자들 때문이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뽑히지 않았어도 너무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이 나라는 잘 될 것이다. 다소 부침이 있어도 늘 그래 오지 않았나. 권력을 쥔 자 더욱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