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8일

소소한 일상의 기쁨

by Soyun

자가격리가 끝난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더디 간다 싶었는데 언제 또 나는 우리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평소 같으면 여러 이유로 나를 설득해 밖에 나가지 않았을 테지만, 한 번 자가격리를 겪은 이후로는 나갈 수 있는 기회를 흘려버리지 않기로 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이제 알았으니까.



늘 같은 이유로 우울해졌지만 오늘만큼은 힘을 내서 밖에 나갔다. 목적지와 전혀 다른 버스를 탔어도 여행이라고 생각하다 중간에 내렸다. 백화점도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더이상 나의 scene이 아닌 것 같아 교보문고로 향했다. 딱히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서 그림 파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 방 거울을 옮긴 자리에 비어있는 벽을 그림으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터제 그림이 마음에 들었지만 베니스만큼 밝지 않았다. 빈손으로 집에나 가자 하고 있다가 Wintering이라는 책을 만났다. 읽어봐야지 했다가 잊어버린 책이라서 얼른 계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참, 서점 가는 길에 있는 가게에선 늘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가게 아저씨는 열정을 다해 무언가를 설명하고, 그 옆에 있는 아주머니는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그래도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면. 듣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온해보이는데, 정작 설명하는 아저씨는 늘 힘들어보인다. 가끔 보는 나로서는 볼 때마다 동일한 장면에 피식 웃음이 나고 반갑다.



집에 오면서 성당도 들렀다. 어차피 제 기도 안 들어주실거죠?라고 심술을 부리고 싶었다. 오랜만에 흰우유, 카스텔라도 먹었고, 집에 오니 모네 달력도 도착해 있었다. 따듯하게 늦은 오후 낮잠을 자고 나니, 저녁이 되었고, 이불 속에서 Wintering도 읽었다. 내일은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배부르게 먹을 예정이다.



딱히 만족스런 하루는 아니었지만, 마음의 근심, 속상함 등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내일로 미뤄도 되는 걱정들이라서, 오늘은 그냥 이렇게 마무리 하면 될 것 같아서, 소소하게 즐겁고, 따듯하고, 뭐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방을 채우는 게 좋다. 내일 할 일이 있어서 좋다.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다음 여행을 계획할 수 있어서, 언어를 하고 살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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