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 갑자기 함부르크
2021년 11월 30일 여행 하루 전
무엇보다 만년필 잉크를 갈아 끼웠다. 이제 충분하다.
2021년 12월 1일 갑자기 함부르크
하루 종일 비행기만 탔다. 왜 함부르크라고 물어보면, 그냥 올해 함부르크라는 도시 이름을 주워 들었고, 왠지 바다가 있는 독일을 가보고 싶었다. 결론은 나오길 잘했다는 거다. 방구석 영어, 방구석 독일어만 했더니 프랑크푸르트 입국심사에서 그렇게 잘 생기고 친절한 Beamter가 물어보는 Aufenthalterlaubnis를 못 알아들었다. 더 유창하게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함부르크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떠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나는 더 분주히!! 돌아다닐 거다.
비를 맞고 도착한 공항 바로 앞 Raddisson Blu 호텔. 체크인도 별로 친절하진 않았다. 방만 무지하게 넓고 컸다. 별로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잠을 자고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왔는데, 이때만 해도 나는 엄청 잘 먹고 다닐 줄로만 예상을 해서 딱 한 번만 떠다 먹었다. 한 번만. 그래도 연어를 먹어서 참 다행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때가 가장 잘 챙겨 먹은 아침식사였다.
스위스 백신 패스를 가지고 독일식 아침을 잘 챙겨 먹은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아침음악(뉴에이지)을 들으며 명상을 하고 일기를 썼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아침 음악, 명상, 일기, 독일어, 영어, 수영, 교회나 성당, 하늘, 구름 등. 그동안 ‘직업’에 나란 사람을 묶어두었던 지난 인생이 참 어리게 느껴진다. 정작 지나가는 모든 인간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내가 내 자신 눈치만 보면 됐는데, 왜 그렇게 남들 눈치를 보고 살았나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찾을거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나에게 계속 해주면서 살거다. 그리고 독일어 문어체는 지겹도록 봤으니, 이제 다시 독일어 회화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 Auf der Straße에서는 실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함부르크로 넘어오는 비행기 신고식은 제대로 했다. 제노아 프로펠러 비행기보다도 더 심한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 자체가 요동을 쳤다. ‚다 필요 없고, 살려만 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착륙 후, 다들 박수를 치는데 너무 놀라서 타이밍도 못 맞추고 어정쩡하게 손만 들었다가 얼굴을 감쌌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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