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일 금강산도 식후경
결국 호텔을 옮겼다. Hafen City 근처로 옮겼고,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가는 특이한 벽돌식 호텔이었다. 바다전망이 아니라서 실망했지만, 붉은색 벽돌은 실컷봤다. 그리고 여기선 정말 함부르크 시내 지도가 뚫어질 때까지 공부를 하고, PCR 예약을 하고, 스위스 Entry Form을 작성하면서 온갖 사무를 다 봤다.
그리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갈매기와 비둘이가 하도 극성이어서 새들이 잠잠한 시간이 될 때까지 밖에 나가지 않고 굶었다. 하지만, 이러다 정말 굶어죽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Pizzaria를 찾았다. 주문한 피자를 들고, 안개비를 뚫고, 개선장군처럼 호텔로 돌아왔다. 함부르크 사람들은 뱃사람이라는 배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호텔도, 피자 가게에도 다 Matrose처럼 꾸며놨다. 피자집 사장이 부산 사람처럼 거칠지만 츤데레 느낌이 나서 피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Cozy했다. 혼자 말도 안되는 청춘영화 한 편을 후딱 찍고, 10유로를 Stimmt so!하고 돌아왔다.
오늘 아침 16번 버스에서는 벤 에플렉 얼굴에 로다주 속눈썹을 가진, 에밀리아노보다 더 잘생긴 버스 기사가 HVV QR을 보여주자, 윙크를 했다. 잘 생겨서 봐줬다. 그리고 엄청 설렜다.
이번에도 얻어걸린 여행이 많다. 계획 하나 안해도 스르르 Stadtrundfahrt에, Ferry에, MK&G, Kunstmuseum에...배가 고파서 생각이 났다. 왜 일용할 양식에 대해선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더 못 맡길까. 아침에 서류 합격이 됐지만, 이제 서류따윈 믿지 않는다. 끝까지 가야 그게 내꺼인거다.
호텔을 바꾸길 잘했다. 뮌헨 기숙사가 생각났지만, 절대 그 감성이 아닌, 알고 보니 호스텔이었던 숙소. 이틀이나 먼저 체크아웃을 하겠다는데, So cool하다. 묻지도 않고, 잡지도 않는다. 그냥 키를 drop하고 나가란다. 대답까지 준비했었는데...‘I changed my plan.‘ 그래도 택시는 잘 불러줬다.
새로 옮긴 호텔에서 스위스 Same-day-PCR과 사전입국신고를 진행하면서 이젠 뭔가 해도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오래 외국에 나오지 않았었다라는 생각...감이 더 떨어지기 전에 잘 잘왔다. 오늘 얼결에 시킨 피자가 Vaiana였다. Vaiana는 Moana와 같은 뜻이고, 그건 Water from the cave of the high rock을 의미한다. 무지무지하게 쎈 물살, 물줄기라는 뜻이다. 이동성이 있는 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은 강력하다.
Copyright© 2021. Soy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