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마지막 날, 덤덤하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씩 빠져나갈 때마다 파도에 쓸리듯 마음이 드러났다. 그래서 허전했다. 한 마디 한다고 해서 채워지지 않을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자리를 빠르게 피했다.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특별하지 않게 보내고 싶었다. 어리석고 유치했다. 집에 오는 길에 후회도 했다. 마음이 더 쓸려 내려갔다. 의미 없는 산책을 하고 집에 왔다. 발걸음을 꼭꼭 눌러 걸어도 마음을 달랠 수가 없어서 평소와 같이 집에 들어왔다.
그다음 날. 평소 같은 아침이 찾아왔고, 횡단보도에서 생각했다. 오늘 하늘처럼 아름다운 일이 한 번쯤은 생겼으면 하고. 기분 좋게 바뀐 바람처럼 한 번쯤은 우연이 있지도 않을까 했다. 무언가 두고 간 게 있었으면 하고 억지도 부려봤다. 나는 덤덤해야 하니까, 갑자기 바뀐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서운해도, 어색해도 다시 바뀔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와 인사에 놀라고 설레고 반가웠다. 기적이었다. 그래서 내 하루는 아름다워졌다. 그 전날 ‘안녕’을 하기 싫어 숨어버린 내가 미안했다. 늘 그랬듯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의 놀라움, 반가움, 서운함이 전달되었음을 안다. 이번엔 우리의 대화가 서로에게 닿았음을 알 수 있다. 그냥… 알 수 있었다. '잘 있어요', 혹은 '안녕히 계세요' 등의 끝인사가 아닌, ‘안녕하세요’를 마지막 인사로 남기고 가서 고마웠다. Good-bye가 아닌 Hello로 인사해줘서 고마웠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당신이 가는 길에 밝음이 함께 하기를 멀리서 응원한다고 마음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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