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살고 싶은데 살기 싫고, 살기 싫은데 살고 싶은 1
입사 첫날. 산 넘고 물 건너서 카드를 두 장이나 바꿔 쓰면서 도달한 설레고 긴장되는 회사에서 높으신 분과 상견례를 했다. 자기 소개를 하는데 어디서 출근하냐는 물음이 있었고, 내 답을 듣자마자, “너무 멀어. 나 같으면 안 뽑았어!”라는 농담인듯 진담인듯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하는 말이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나를 채용한 사람들마저 분위기를 빠르게 읽으며 각자를 걱정하는 공기가 느껴졌다. 억울했다. 그동안 쌓은 임기응변, 상황 대응능력을 총 동원해서 그 시간을 가까스로 버텼고, 집에 돌아와서 무너졌다. 왜냐하면, 그 먼 길을 다시 돌아와야 우리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러워서 성당 문 닫는 시간인 줄을 알면서도 본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서 소리를 소리를 마음 속으로 지르면서 기도했다. “왜 또! 왜 또요!” “왜 또 줬다가 뺏어요! 당신은 내가 이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상견례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이 처음 온 날에게는 버거웠기 때문에 기도하는 내내 원망스러웠고, 도대체 어떤 뜻인지 알 수도 없었다. 짧은 기도를 마치고 성당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수위 아저씨가 가장 안쪽 현관문을 열어주실 때, 조용히 “죄송해요.”를 소리내어 말했고, 가장 바깥 현관문을 열어주실 때는 “죄송해요”를 다 말하지도 못 하고 눈물이 쏟아져서 말끝을 흐렸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겨우 눈 붙이고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일기를 썼다. “내가 저 사람이었으면, 나중에 잘 되서 저 위치에 있게 된다면, 집이 너무 멀어서 산 넘고 물 건너 오는 직원이 있으면 고마워서라도 교통비 지원을 해주고 응원이라도 해줘야지. 내가 저 위치에 있게 된다면, 꼭.”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그 “먼” 출근길에 올랐고, 이미 사기가 꺾이고, 어제 이 시간만 해도 희망에 넘쳤던 출근길은 이미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점철되고 있었다. 서서 눈만 감고 있다가 빈 자리가 나서 몇 초 눈치를 보다가 백팩을 슬쩍 내리며 앉으려는 사이, 어떤 중년 아저씨와 동선이 겹쳤다. 서로 놀라서 쳐다보다가 아저씨가 앉으라는 싸인을 보냈고, 가벼운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 가방을 무릎에 내려놓자마자 갑자기 어제와 대조되는, 이 출근길에서 만난 찰나의 작은 친절에 또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환승역까지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내 별명은 어려서부터 ‘우지’였다. 하도 잘 울어서 외할머니가 ‘자꾸 울면 남들이 우지라고 흉봐’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우지’는 안 바뀐다. 그래도 어떡해, 안 들키고 사는 수밖에.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이 모순적인 문구가 생각나서 용기를 내어 이제라도 글을 좀 다시 써보려고 한다.
“살고 싶은데 살기 싫고, 살기 싫은데 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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