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를 탄 소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사봤다. 이 책을 한 줄로 나타내자면, ‘몰입’이다. 그 동안 인생의 목적을 ‘목표’에 두고, 그 목표들을 하나, 둘씩 수행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게 인생인 줄 알았다. ‘죽기 전에 이건 꼭 해봐야 지’, ‘이건 꼭 해보고 죽어야지’ 등등. 그래서 마치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주인공 톰은 목표도 세우고, 달성도 하고, 그 목표로 인해 후회도 하고, 세상을 뜨고 싶을 정도로 실망도 한다. 마지막엔 극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독자들은 안다. 톰은 또 실패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 책에서 인생을 보는 법, 아니 사는 법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몰입’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살면서 인생 ‘그 자체를’ 즐긴 순간이 얼마나 될까?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려고 결과에만 집중하면서 내가 공부에 ‘몰입’한 적이 있었을까? 공부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늘 걱정을 달고 살았었다. 회사에 최종합격만을 생각하면서 지금 돌아보면 너무도 아까운 그 젊은 날들의 내가 ‘젊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루의 햇살, 그때의 내 모습을 즐긴 날이 있었을까?
목표는 계속해서 세울 예정이다. 이제부터 달라지는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결과에 너무 연연하진 않을 예정이다. 말이 쉽지, 결과에 어떻게 연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연연하지 않을 거다. 목표에 도달하는 내 하루와 내 자신의 모습, 몰입하는 그 순간 자체를 즐기면서. 그게 인생이다. 결과가 아니라. 훌륭한 결과, 내가 부러워할 결과를 얻은 사람도 몰입하는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면 껍데기 결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들이 볼 땐 sour grape라고 할지라도.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생각하고 사는 거니까.
발톱 빠지는 게 무서워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가고 싶어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이 걸으면 발톱 한 두 개씩은 꼭 빠진다고 들어서. 오늘 아침, 집에서 평온하게 있다가 책상다리 모서리 빌런에 새끼발가락을 찧었다. 새끼 발톱이 하드 캐리 해서 모든 충격을 흡수했다. 발톱 모양 끝이 휘었다. 다행히 발톱은 안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이 울렁거릴 정도로 아프다. 내가 걱정했던 것을 감안하자면, 그렇게 따지면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발톱 부상을 당할 뻔했다. 순례자의 길이라도 걸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기회를 이제는 그냥 흘려버리진 말자는 결심을 했다.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루지도 말자는 결심도 더불어. 잃어버렸던 언어들을 다시 찾고, 내 모습을 찾고, 내 친구들을 다시 찾고, 내가 좋아했던 모든 것들을 되찾아 몰입하면서 살 예정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목표’로 삼되, 그 목표에 매몰되어 오늘을,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실수는 이제 그만 하면서. 오늘도 순간을 ‘몰입’하면서 살거다.
Copyright© 2022. Soy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