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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9일

체리 블라썸 아이스 블랜디드

by Soyun

경멸하는 눈빛.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 눈빛도 닮나 보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다가 오늘 깨닫게 되었다. 그래. 그런 사람들을 아주 잘 알지. 그런 사람들의 인성이 어떤 지 잘 알아서 겉모습만 보고 속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 상처받지는 말자. 오늘도 나는 자라고 있으니까. 내일 더 지혜롭게 되면 되니까.



요즘 지하철 여행을 자주 하는데 사람들이 내 옆에만 앉으면 아주 쿨쿨 잘 잔다. 이번에도 어떤 아주머니가 내 옆에서 쿨쿨 주무셨다. 어깨까지 계속 기대면서. 편한가보다 내가. 그래, 같이 있으면 불편한 사람이 되는 것 보다, ‘내 옆에서 얼마나 편하면 잠이 올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살다 보면, 뾰족뾰족해서 곁에 가기도 전에 찔리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되는 게 성격상 맞지도 않고, 조금 양보하면서 사는 게 되려 나은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앞자리를 봤는데 슬리퍼를 신고 시내까지 나가는 사람이 보였다. 뭐 패션의 자유이긴 하지만,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정말 현관에서만 신을 것 같은 슬리퍼였기 때문이다. 시원시원한 그의 발등을 보면서 내가 너무 걱정을 많이 하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 화이트 포레스트 아이스 블랜디드의 대체재. 체리 블라썸 아이스 블랜디드! 밝은 핑크색의 음료가 낯설었지만 맛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더 상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전 나의 최애 음료는 체리가루가 목에 걸리기도 했었지만. ‘생크림 올려드릴까요’라는 물음에 Aber natürlich!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이 비현실적으로 예쁜 꽃비를 보기도 했다. 보름쯤이었고, 봄바람이 많이 불었고, 밤이었고, 가로등에 눈발이 날리듯이 뭔가 날려서 위를 쳐다보니 핑크색 벚꽃 잎들이 끊임없이 내려오고 있었다. 꽤 오래 올려다봤는데도 계속해서 꽃비가 불었다. 흩날렸다. 달도 보름달이었고, 하늘은 온통 새까맣게 되어서 지금 내가 현실에 있는지, 꿈인지, 지금이 2022년인지 조선시대 달 밝은 밤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꽃비가 너무 예뻐서 나 혼자 다 맞고 싶었다. 그렇게 걷다가 집에 들어왔는데 가방 위에 꽃잎이 하나 살포시 얹혀 있었다. 흩날리는 꽃잎을 잡으려고 그렇게 손을 뻗었었는데. 나 몰래 가방에 묻어온 벚꽃 잎은 다이어리에 소중히 간직하는 걸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특권처럼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좋아해 달라고 말 한 적도 없고, 누군가를 조용히 혼자 좋아하는 건 내 자유이니 혹시 내가 그쪽을 좋아하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걸 너무 우월하게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다시 좋아하게 된 내 모습 자체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발걸음이 가벼워졌고, 하는 일마다 재미있고, 가끔 센티멘탈해지는 과정마저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걸 꼭꼭 닫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내가 내 마음 좀 활용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이 있어선 안 되지 않을까. 내가 대놓고 말한 것도 아니고, 내가 들키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당신도 ‚우연히‘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면 내가 확실하게 내 입으로 고백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정해질 것도 없으니 미리 설레발 치지 않고 조용히 모른척 해주길 바란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 요즘 왜 이런 저런 것들에 마음이 쓰이나 했더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내 맘 아닌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 말이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도 내 맘 아닌가? 내 마음의 자유를 건들지 마시길. 당신에게 원하는 것도 없고, 혼자 이러는 거니 제발 그대가 갈 길을 조용히 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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