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주요 요가 장르의 특징
여름이 코앞이다. 몸이 부드럽게 열리는 계절이다. 요가를 시작하기 좋은 날이다.
처음 시도 해보려고 하는 사람이더라도, 이곳저곳에서 수련 좀 해봤던 사람이더라도 누군가로부터 ‘요가 해보셨어요? 무슨 요가 하세요?’라는 질문을 듣게 되면 참 막막하다. 나는 ‘그냥 요가’하는데 뭔가 또다른 요가가 있는 건가… 고민이 생기기도 하고 지금까지 해온 요가를 곰곰히 되짚어서 설명을 기억하려 해도…
뭔가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영어도 아니고 힌디어도 아니고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는 이름의 수업도 골고루 들었고, 나름 선생님 가까운 자리에서 열심히 동작을 따라하며 착실하게 요가 수련했는데… 도통 이 수업과 저 수업이 뭐가 비슷하고 뭐가 다른 건지 알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요가 장르는 두 손으로 채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껏 들어본 다양한 요가 장르 : 빈야사 요가, 하타 요가, 아쉬탕가 요가, 인 요가, 핫 요가, 비크람 요가, 플라잉 요가, 에어리얼 요가, 포레스트 요가, 아크로 요가, 씨 요가, 아누사라 요가, 지바묵티 요가, 비니 요가, 테라피 요가, 레스토러티브 요가, 비트 요가, 비어 요가 and so on....
어떤 스승으로부터 요가 지식을 전수 받고, 어느 나라에서 어떤 시스템을 가르칠 것인지에 따라 요가 장르와 그것을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요가 스타일이 지금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예민하게 요가라는 필드에 촉수를 세우고 있지 않는 한 이 모든 장르를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사실 이제 와서 어느 것이 가장 ‘정통’ 요가인지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원전 5000년부터 시작하는 어마어마한 요가 지식 체계를 지금 와서 다 따라잡을 수도 없고 5000년 된 요가가 정통 요가이면, 100년 된 요가는 정통 요가가 아닌가? 그러면 20년 된 요가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회적, 역사적으로 변화해온 맥락이 있기 때문에 무자르듯이 장르와 정의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은 ‘요가’라는 것의 태생적인 한계다. 단일한 해석이나 신념 체계를 범용적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여서 폭넓게 발전시켜 온 것이 요가가 뿌리내린 인도의 특성이기도 하고…
모든 요가 장르를 다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고) 어려운 경전 탐구를 통해 가장 ‘정통성’이 있는 요가 하나만 파는 것도 불가능하다. 차라리 실용적으로, 오늘날 세계 어느 요가원에 가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볼 수 있는 몇 가지 큰 장르만 최소한으로 구분해서 알아둔다면 이런저런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나, 내가 요가 좀 안다 티내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나 기본적인 것들은 잘 변하지 않으니까.
현대인에게 요가는 정신과 육체의 불균형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치유하는 좋은 운동 체계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처음 요가가 등장했던 시기 고대 ‘요가'는 명상을 잘 하기 위한 방법, 고대 힌두교의 수행 방법이었다. 이것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15세기 경 명상으로서의 ‘라자 요가’와 신체 중심의 ‘하타 요가’를 구분해서 정의 내린 경전이 <하타 요가 프라디피카>(1350~1550)다. 1장 1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하타 요가는 가장 높은 라자 요가에 이르게 하는 단계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오늘날의 거의 모든 요가 장르는 ‘하타 요가’에 속하는 것이다.
현재적 관점에서, 신체적인 요가 수련 장르로서 하타 요가는 경전에 기반한 ‘기본적인’ 자세를 탐구하고, 올바른 아사나 하나하나를 길고 정확하게, 오랫동안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고대 경전에 적힌 아사나의 개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그것들만 수련할 수는 없다. 새로운 아사나들이 추가되고 이런저런 다양한 스타일로 변용되고 있다. 또 어떤 스승이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수련 방식 또한 크게 달라진다. 가장 보편적이면서 단일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요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아쉬탕가’라는 용어가 헷갈리는 이유는 큰 맥락에서 (a) 철학적 깨달음의 길과 (b) 인도 마이솔에 기반한 수행 체계라는 두 가지 버전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먼저 철학적인 용어를 설명하자면 요가에 관한 가장 오래된 경전인 기원전 2세기 파탄잘리의 <요가 수트라>에서 ‘아쉬탕가’라는 말이 등장했다. 산스크리트 어로 ‘아쉬타’는 8, ‘앙가’는 가지를 뜻한다. 즉 8 limbs. 하지 말아야할 것(야마), 해야 할 것(니야마), 신체 수행(아사나), 호흡(프라나야마), 감각 제어(프라티야하라), 집중(다라나), 명상(디야나) 그리고 삼매(사마디)까지 인간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8가지 길을 정의한 것이다.
신체적인 수행 체계로서 ‘아쉬탕가 요가’는 서양에서 특히 인기를 모으는 수련 방식이다. 파타비 조이스(1915~2009)라는 인도의 모던 요가 구루가 정립한 수행 방식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협회 KPJAYI를 만들어서 자신의 요가 수행 체계를 엄격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든 아쉬탕가 요가는 같은 순서, 같은 호흡으로 수련한다. 명확한 시퀀스, 호흡의 수, 수련 단계 등을 체계적으로, 엄격하게 정립해 놓고 이를 어기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한다. 따라서 다른 요가 장르보다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정통성’이라는 가치가 유의미하게 강조된다.
요가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산스크리트어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고귀한(=잘 쓰이지 않는)’ 언어다. 어디에서 그 단어를 말하냐에 따라 이쪽과 저쪽에서 그 언어를 이해하는 맥락이 너무도 다르다.
하타 수업이든 아쉬탕가 수업이든 어떤 요가원에서든 ‘빈야사’라는 말을 익숙하게 들을 수 있다.
(a) 동작으로서의 ‘빈야사’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아사나들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는 흐름 flow이다보니 단순히 한 아사나가 아니라 흐름으로서 이어지는 몇 가지 연속적인 아사나들을 세트로 말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태양 경배’. 장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두 손을 가슴 앞에서 합장하고, 다시 팔을 뻗어 합장한 손을 머리 위로 가져가고, 허리를 굽혀 손바닥을 바닥에 붙이는 우따나사나 자세로 들어가고, 머리를 들고, 두 발을 뒤로 보내고, 하이 플랭크 자세를 지나, 로우 플랭크 자세로 들어간 다음, 다시 업독 자세로 올라오고, 다운독 자세로 이어가고, 두 발을 손 사이로 가져와서 다시 우따나사나, 그리고 머리 들고, 두 손 모아 머리 위에서 합장하고, 타다사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빈야사라고 한다.
(b) 장르로서의 '빈야사'는 교육 기관이 정해진 수업 시간 내에 온 몸을 골고루 연속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시퀀스를 가진 수업 방식이다. 소수 수행자들만 접할 수 있던 요가를 처음 인도 전역으로 대중적으로 전파한 인도의 구루 티루말라이 크리슈나마차리야(1888~1989)가 이러한 리드미컬한 흐름 중심의 요가를 정립했다.
<단순하게 구분해 본 세 가지 장르의 비교>
요가 수련은 지극히 개인적인 과정이다.
때문에 과거 경전에 기반해서, 아쉬람의 전통에 기반해서, 한 스승의 가르침이 후대로 전해지고 그게 또 다음 세대로 전해지며 의미와 스타일 등등이 조금씩 달라지는 변화가 사실 자연스럽다. 시대를 거슬러 내려오면서 지역에 맞게, 사회에 맞게 계속해서 변형되어가는 오늘의 요가를 오늘의 기준에서 포착해보았다.
과거의 요가와 오늘날의 요가가 다르듯이, 오늘의 요가와 다를 내일의 요가가 궁금하다.
아, ‘무슨 요가 하세요?’라는 질문에 적어도 뭐라도 대답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기존에 자신이 다닌 요가원 이름이나 선생님의 이름을 말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의 요가 업계(?)가 생각보다 좁기 때문에 선생님들끼리는 대충 서로서로 다 아는 눈치인듯…
지금 텀블벅에서 요가라이터로서 첫 책인 <요가 좀 합니다> (~7/19)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요가러가 일상적으로 요가할 때 정말 궁금했던 것들. 인도에서 만난 요가 지식 + 여행 에세이 로 편안하고 쉽게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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