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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주 Jun 14. 2019

아쉬탕가 요가의 6가지 특징

엄격하게 '정통성'을 강조하는 요가의 장르

처음 요가를 시작하고 아쉬탕가 장르에 발을 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쉼 없이 격렬하게 움직이고, 어렵고 기이해 보이는 동작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아쉬탕가 스타일은 왠지 평범한 퇴근길 요가러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난이도 높은 동작이 부담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짧은 반바지를 입고 땀을 뚝뚝 흘리며 역동적으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아쉬탕기’(아쉬탕가 요가하는 사람)들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차분하고 정적인(?) 나와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월드 클래스 아쉬탕기 데이빗 스웬슨 선생님이 가르바 핀다사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쉬탕가 요가의 전통을 지금 시대에서 가장 매끄럽고 균형있게 해석해주는 키노 맥그리거



하루종일 긴장해 있는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책상 앞에서 무뎌진 몸을 조금씩 움직이기 위해서 요가를 시작한 건데, 모든 순서를 머릿 속에 집어넣고 서커스 훈련하는 것처럼 높은 강도로 육체를 움직이는 격한 활동은 도무지 내키지 않는 거였다.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요가 수련자로 두고, 앞으로도 요가는 평생 가져갈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면(이제 다른 운동을 새롭게 배울 엄두가 안난다...) 언젠가 아쉬탕가 요가를 만나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에 우연히 정말 ‘빡센 요가 리트릿’에 참가했다. 미국과 한국, 세계를 돌아다니며 요가를 가르치는 박상아 선생님의 통합 요가bytt 수업이었다. 태국 방콕에서 추석동안 열린 리트릿에는 여러 프로페셔널 요가 선생님들이 학생으로 참여했다. 그들 사이에서 혼자 힘에 부쳐 허덕이던 나를 돌아보면서 ‘힘 세지는 요가’가 지금 내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 구석구석 근육이 붙고 근력을 키워서 눈에 보이는 ‘실력’을 확 늘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뭔가 지금까지 안하던,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바로 여태껏 여러 핑계를 대면서 피해왔던 아쉬탕가 요가 수련을.


아예 동작 정렬 방식이나 이름이 다른 것은 둘째치고 수업 분위기와 방식이 기존에 하던 하타, 빈야사, 포레스트 등 다른 요가 장르와 아쉬탕가 요가는 여러 모로 달랐다. 처음에는 그 낯선 분위기가 적응이 안돼서 한 달만 하고 말아야지, 했었는데 어느덧 6개월 째 단순함 속의 격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아직 6개월 차 꼬꼬마 아쉬탕가 수련생이 느끼는 아쉬탕가 요가만의 특징을 6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스테이지는 총 6개, 끝판왕을 깨보자


선생님의 의도와 수업 주제에 따라 시퀀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빈야사, 하타, 포레스트 등 다른 요가와 다르게 아쉬탕가에서는 언제나, 매번, 모든 동작을 순.서.대.로. 해야 한다. 그 순서에 따라서 매일매일 똑.같.은. 시퀀스를 수련한다. 시퀀스는 초급Primary, 중급Intermediate, 고급Advanced으로 나뉘며 고급은 A, B, C, D 또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수련한다.

전체 아쉬탕가 수련자 중 단계별 시리즈 수련자 비중 그래프=뇌피셜


프라이머리를 수련한다고 해서 꼬꼬마라고 비웃어선 안되는 일이다. 어드밴스드 수련자이면서 오랜 시간 아쉬탕가를 지도하는 선생님들마저 '10년이 지나고 이제야 조금 프라이머리를 알 것 같다'고 얘기하시기도 한다. 그리고 어드밴스드 D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에 거의 없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아쉬탕가 요가 창시자의 손자 한 명...? 잘 모르겠다, 얼마나 있는지. 사실 해보면 알겠지만 프라이머리에서 인터미디에트 가는 것도 힘든 일이다. (6단계밖에 안되는데 왜 깨질 못하니…) 다음 단계로 진화할 때 유의사항은 셀프로 다음 진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본인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그냥 닥치고 수련이다.



2 너님을 위한 친절한 안내 따위는 없다


궁극적으로 아쉬탕가 수련자는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모든 아사나와 연결 순서를 외워야 한다. 지금은 선생님이 앞에서 구령을 해주고 가이드를 주면서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레드led 클래스를 듣고 있다 해도 언젠가 수련자 개인이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나는 개별 수련, 마이솔mysore 클래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드 클래스와 마이솔 클래스의 구분은 앞글을 참조)

아기새를 절벽 밖으로 밀어내는 어미새의 마음일까. 사실 레드 클래스에서도 선생님들이 동작을 보여주고 차근차근 알려주지는 않는다. 주로 동작 이름을 산스크리트어로 말해주고,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순서를 일러줄 뿐이다. 데모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순서를 모른다면 주위를 둘러 보며 아사나를 따라 해야 하는데(나만 빼고 다 잘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버벅거리거나 엉거주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풀 시리즈는 한 시간 반, 하프 시리즈는 한 시간 동안 모든 시퀀스를 다 해내야 한다. 타타다다다닥 빠르게 이어지는 수련을 원활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모든 동작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아쉬탕가의 기조는, 공부는 교실 밖에서 하고 수련장 안에서는 수련만 하자!



3 단지 오롯이 내 몸에 집중한다, no 도구 yes 땀


전통적인 아쉬탕가 수업에서는 빈야사나 포레스트 같은 수업에서 볼 수 있는 스트랩, 블록, 볼스터 같은 도구는 일절 찾아볼 수가 없다. 아쉬탕가 요가가 까다롭고 불친절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뭔가 준비되어 있는 게 없고 수련자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모든 것을 수련자 개인에게 맡긴다. 쉼 없이 움직이는 빠르고 격한 수련(=땀 철철 나는 수련)을 하기 때문에 다들 수건을 가지고 다니며, 매트를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전용 스프레이도 많이들 사용한다. 땀도 많이 나고 점프백 스루 같은 걸 하려면 매트 손상도도 다른 요가보다 높아지니까 개인 매트는 거의 필수 아닌 필수다. 또 수업마다 사람이 진짜 많다. 인도에서 수련하는 영상을 보면 다들 거의 자기 매트 하나 정도밖에 공간을 가지지 못하고 서로 다닥다닥 붙어서서 수련한다.

또 요가원마다, 선생님마다 다르긴 할 텐데, 에어컨도 왠만하면 켜지 않는 것을 권유한다. 기본적으로 아쉬탕가는 몸을 달구는 수업이기 때문에 동작들을 하다보면 몸의 부분들이 연해지는 상태고, 거기에서 인위적으로 차가운 바람을 쐬면 부상의 위험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폭포수 같은 땀을.....



4 인도의 ‘마이솔’이 본진이다


진지하게 아쉬탕가를 접근한다면 들어봤을 ‘마이솔’(어법으로는 ‘마이소르’가 맞지만 왠지 말맛이 안 사는 느낌적 느낌) 사실 그것은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라는 주에 있는 작은 도시 이름이다. 아쉬탕가의 창시자인 K. 파타비 조이스Pattabhi Jois, 1915~2009는 코우쉬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마이솔 대학교에서 요가와 산스크리트 어를 배웠으며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다. 그리고 마이솔에서 KPJAYI라는 센터를 차리고 오랫동안 아쉬탕가 요가를 가르쳤다. 그가 자기 이름을 따서 세운 협회인 ‘KPJAI’가 오늘날 아쉬탕가 요가의 정통성을 엄격하게 관리해오는 주체다. 그 조직이 세워진 게 1950년대니까 약 반 세기가 흘렀다. 당시 파타비 조이스의 오두막을 찾아 요가 수련을 했던 서양의 요기들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쉬탕가 구루가 되었다. (키노님 사랑해요 the LOVE)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고, 운이 좋다면 함께 수련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백년이 지나면 그 사람들은 전설이 되어 있겠지…

아무튼 지금 마이솔엔 아쉬탕가 요가를 창시한 파타비 조이스의 딸(사라스와티 랑가스와미)과 손자(샤랏 조이스)가 운영하는 요가원이 각각 있으며 이들 가족이 운영하는 곳 외에도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여러 센터가 있다. 그래서 아쉬탕가 요가 수련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꼭 한번 마이솔에 가기를 희망한다. 기독교인이 예루살렘에 가듯이, 이슬람교인이 가듯이. 뭔가 성지 순례하는 느낌으로다가. 물론 뭐 그런 거 외에도 마이솔엔 정말 멋진 성이 있다. 인도 여행을 한다면 꼭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5 인도에서 시작한 아쉬탕가는 사실 서양에서 부흥했다


아마 한국에서 접하는 요가 수업 중에서 아쉬탕가는 유달리 모든 동작 이름을 산스크리트어로 구령하기 때문에 아쉬탕가=인도요가 이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쉬탕가가 인도에서 할 수 있는 요가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인도에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만큼 힘드니까;;) 사실 아쉬탕가가 지금처럼 부흥하게 된 것은 서양인들의 열띤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196~80년대 반문화의 붐을 타고 많은 북반구의 여행자가 인도를 찾았고, 그곳에서 마주한 인도인 요기 파타비 조이스 선생과 아쉬탕가 요가에 매료된 것이다. 인도에서 시작했고, 서양에서 인기를 크게 모아 많은 사람들을 인도로 불러들이는 기제가 된 아쉬탕가는 인도에 뿌리를 둔 요가 장르 중 하나일 뿐이다.

다양한 요가 스타일의 뿌리를 향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훨씬 기본적이고 단순한 요가에 닿을 수 있다. 중세의 경전 <하타 요가 프리디피카>(15세기쯤)를 보면 그리 많은 아사나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수련하는 육체적인 요가 장르의 첫머리에는 흐름 중심의 현대적 빈야사 요가를 정립한 티루말라이 크리슈나마차리야(1888~1989)나 스와미 시바난다(1887~1963)도 인도 요가의 역사에서 의미있는 사람이고. 아쉬탕가 창시자 파타비 조이스는 BKS 아헹가와 함께 크리슈나마차리야의 제자 중 한 사람이었다.

왼쪽부터 BKS 아헹가, 샤랏 조이스, 파타비 조이스. 요가의 역사와 현재가 한자리에 모였다.



6 진짜 아쉬탕가의 맛을 느끼려면 전문 요가원이나 공인 티처를 찾아야 한다.


평소 다니고 있는 일반적인 요가원 시간표에 아쉬탕가 수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뭔가 퓨전이 가미된 아쉬탕가일 가능성이 높다. 스케줄표에 있는 다양한 장르 수업을 골고루 들었을 때 ‘각 수업이 어떻게 다른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백퍼센트. 인도에서 시작한 요가는 원래 스승과 제자의 1:1 관계를 통해 전해져 내려왔다. 어떤 스승으로부터 요가 지식을 전수받았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오늘날에 와서 그러한 정통성을 엄밀하게 따지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요가원에서는 선생님들의 그러한 ‘족보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사실 대부분의 수련자들에게는 그게 크게 상관 없는 경우가 많다.(그냥 나랑 잘 맞는 선생님과 오래오래 수련하는 게 최고!)

하지만 언젠가 '진짜 아쉬탕가’ 요가를 해보고 싶다, 생각한다면 인도 마이솔에서 수련하고 인증 받은 선생님이 계신 요가원에 가는 게 좋다. KPJAYI가 인증하는 선생님이 수업하는 요가원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 리스트업을 해두기 때문에 쉽게 검색해서 참고할 수 있다. (현재 홈페이지 수리중) 서울 내/외로 지역까지 구분한 조금더 친절한 버전은 이 블로그 글을 참조하면 된다.

아 그리고 지금 KPJAYI를 이끌고 있는 파타비 조이스의 손자 샤랏 조이스가 올 9월에 최초 한국 방문을 한다. 궁금하지만 물론 워크샵 티켓은 이미 매진.




완전 요가를 처음 접하는 데 바로 아쉬탕가 요가에 가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지도자의 데모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몸의 정렬이나 아사나의 의도를 스스로 알아가며 몸에 익히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이미 세상에는 아쉬탕가보다 재미있는 요가 장르가 많다….^^;;;)


하지만 워낙 운동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기존 요가 수련을 하면서 뭔가 벽에 부딪친 사람들이 시도해본다면 아쉬탕가는 정말 좋은 수련이 될 것이다.


특유의 개성과 강한 헌신을 요구하는 태도 때문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지만 또 그만큼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매력이 있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난 지난 6개월에 이어 아쉬탕가 요가 4개월 수련권을 추가로 끊었다....


#아쉬탕가 짱짱맨~



지금 텀블벅에서 요가라이터로서 첫 책인 <요가 좀 합니다> (~7/19)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요가러가 일상적으로 요가할 때 정말 궁금했던 것들을... 인도에서 만난 요가 지식 + 여행 에세이 형식으로 편안하고 쉽게 소개합니다 :)

www.tumblbug.com/yoga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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