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이별하는 중입니다

by 곰작가

백수가 되어 처음 맞이하는 주말이다. 월요일 출근 스트레스 없는 주말이라니! 그 어느 때보다 한량 같은 주말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소파에 누워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영상을 보았다. 이모 미소를 머금고 한참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밥을 먹으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받아쓰기하는 프로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느닷없이 고인 눈물에 목이 메어 물고 있는 밥을 간신히 넘겼다.


발로는 박자를 맞추고 입으로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신나게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분명 신나는 댄스 곡이었는데 물색없이 슬픈 감정이 차 올랐고 이내 눈앞이 흐려졌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변기에 앉았다. 원활한 배변 활동을 위해 발끝을 포인 하는 순간 미친년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한동안 내 눈물샘은 뇌의 통제를 벗어났다. 시도 때도 없이 비집고 나오는 이상한 감정과 눈물이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이상 증세는 빈도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일주일 후쯤 소멸되었다.


출근할 곳이 없다는 것이 해방감보다는 상실감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이 나이에 남편도 자식도 직장도 통장 잔고도 없는 현실이 불안했다. 모르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괜찮다며 희망적인 미래만 외치기엔 내 현실이 여간 퍽퍽한 것이 아니기에….


회사와 나를 감싸고 있던 불안감과 헤어지려고 하릴없이 눈물을 흘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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