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그리고 시작

람보 슈터 문경은을 아시나요?

by 곰작가

요즘 서장훈, 허재, 현주엽 등 한국 농구의 레전드 선수들을 TV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어 자연스레 ‘농구’ 이야기가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국내에서 야구나 축구에 비해 비인기 스포츠인 농구 팬으로서 서러울 때가 있었는데 주말 공중파 예능에 농구하는 모습이 나오는 장면은 팬으로서 매우 뿌듯했다.


나는 ‘문경은’ 선수를 알면서 농구에 입문했다. 서장훈과 함께 연세대 시절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실력으로 국내는 물로 홍콩 일본에까지 팬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던 선수이다. 우리나라에서 레전드 슈터로 손꼽히는 선수이며 은퇴하고 10년이 지났지만 문경은이 선수 시절 세운 3점 슛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람보’가 총알을 다다다다 쏘 듯이 슛을 넣어서 ‘람보 슈터’라 불리었다.


선수 시절부터 좋아하기 시작해서 감독이 된 지금까지 25년째 한 눈 팔지 않고 팬심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농구가 개막하면 감독님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 경기장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10월 어김없이 농구가 개막하였고 나는 경기장을 찾았다. 이제는 양복을 입고 코드밖에 서있는 익숙한 문경은 감독의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그가 은퇴하던 날이 떠올랐다.


바야흐로 10년 전, 나는 30살이 되었고 그는 41세가 되던 해였다. 개막경기에 앞서 은퇴식이 진행되었다.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코트를 밟는 그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슛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은퇴식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은퇴’라는 단어는 왠지 ‘청춘’이 끝났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30대가 되어버린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더 이상 응석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꿈’이라 포장해서 방황해서는 안된다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은퇴를 하고 이듬해 그는 감독이 되었다. 비싼 몸값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모래알 마드리드’라는 꼬리표가 붙은 팀이었다. 하지만 그가 감독으로 부임하고 점점 팀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정규리그, 챔피언 우승을 거머쥐면서 강팀으로 거듭났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감독으로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팬으로서 매우 뿌듯할 뿐이다. 특히 챔피언 우승컵을 거머쥐던 그날의 전율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은퇴를 하던 그의 나이에 아주 가까이 다가섰다. 그가 은퇴하던 날 섣불리 청춘이 끝났다 단정 짓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선수생활이 끝났다고 슬퍼하던 그때 그는 감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출발선에 섰던 것이다.


‘끝’에는 언제나 ‘시작’이 함께 한다. 손에 쥔 것을 놓아야만 다른 것을 잡을 수 있다. 무엇인가를 끝내기 망설였다면 끝이라 두려웠다면 너무 절망하지 말자. 선수가 끝나고 지도자라는 시작이 있었던 것처럼 마케터 끝에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는 나처럼 ‘끝’에는 ‘시작’이 함께 한다.


‘끝나 버렸구나’ 바닥에 드러누워 상심에 빠진 나를 일으켜 세운다. 파이널 선에 가서 자세를 고쳐 잡는다. 왼발은 앞으로 오른발은 뒤로 양손은 앞으로 땅을 짚는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만나게 될 끝을 향해서 또 다른 시작을 향해서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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