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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작가 Oct 14. 2020

관심받고 싶은 게 죄는 아니잖아


드라마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못생겨도 뚱뚱해도 아이가 있어도 회사에서 일을 못해도 사사건건 사고를 쳐서 민폐를 끼칠지라도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가 오매불망 주인공만 바라보는 판타지에 현혹되었다. 조건 없이 (물론 여자 주인공은 원래 예쁘거나 안경 벗고 머리 펴고 살 빼면 예뻐지지만)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 부러웠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녹녹하지 않았다. 핑크 빛으로 물드는 순간은 짧고 드라마 같은 남자는 없다는 것을 다행스럽게도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 주인공을 꿈꾼다.

살면서 홀로 광야에 버려진 기분이 들거나 암흑 속으로 들어가 혼자 울고 싶은 순간들을 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나의 이 슬픔을 억울함을 처절함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친한 친구나 가족,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말하긴 쪽팔리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이내 마음. 그러니까 드라마에는 ‘독백’이라는 기막힌 장치가 있지 아니한가.


주인공이 호숫가에서 한강 다리 밑에서 비 오는 차 안에서 세상 처연하게 아픔, 남모를 사정을 고백한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안다. 다 듣고 있다. 지켜보고 있다. 주인공의 넋두리를 말이다. 



한 때는 못나게 뒷담화로 풀었던 적도 있고 약점을 드러내며 고백도 해봤지만 뒷담화는 타인과의 관계도 자신도 파괴하는 짓이며 섣부른 고백은 나를 얕잡아 보는 구실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속으로 삭혔다. 시간이 해결해 주길 바랐지만 결국 곪아 터진 상처로 재회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주인공까지는 아니지만 타인이 들어주는 ‘독백’은 시도해보려 한다.

내 입장을 헤아려 달라는 읍소, 타이밍을 놓쳐 가슴에 킵해 두었던 분노를 독백으로 외쳐보련다. 누군가가 들쳐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운이 좋으면 심심한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하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마음으로 혼자이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어서. 나만의 대나무 숲을 만들기로 한다.


관종임을 고백하며 대나무 숲을 오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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