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로, 언어치료사로, 미술치료사로, 그리고 '나'로 살며
첫 글을 시작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작년부터 일상의 생각, 느낌, 전문 지식 등을 글로 풀어내고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더랬다. 글을 나누고, 누군가 공감하고, 누군가에게 작은 격려가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싹트고 있었다. 우리의 일상은 그냥 지나치면 긴 시간 속의 한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담긴 빛나는 의미를 발견할 때 시간을 뛰어넘어 다가와 스며드는 향기가 된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키우며,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를 세상에 보이고 유튜브로, 글로 소통하는 엄마들을 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발달 지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면, 익명은 기본이고 아이의 사진은 단 한 장도 볼 수 없었다. 지체 장애 커뮤니티에서 아이의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하게 하고, 이름과 장애 정도를 닉네임으로 설정하게 하는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아! 같은 장애라도 발달 장애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구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내 자식을 세상에 한 점이라도 꺼내놓지 못할 만큼, 그렇게 세상이 차갑구나.', 그 온도차가 절절히 다가왔다. 나도 아직 내 아이의 사진을 세상에 꺼내놓을 용기는 안 난다. 하지만 언젠가 그 걸음도 내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지금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놓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단지 장애 아이의 엄마로 겪는 일들을 쓰기 위해 이 공간을 선택한 건 아니다. 나에게는 여러 관심사가 있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아이들의 장애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조금 독특한 아이들을 키우며 파생되는 일들, 이전에 알지 못했던 더 큰 세상, 심리, 언어치료, 날마다 한 걸음씩 내딛으며 배워가는 사랑,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풀어낼 수 있는 그릇이 되어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