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 공교육 체계 안에서 통합교육*1)을 받고 있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경험했던 통합교육 현장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아이가 발달장애로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다. 이제부터 주 양육자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먼 항해를 떠나는 콜럼버스의 결의와 다짐으로 임해야 한다. ‘내가 기필코, 이 망망대해를 떠돌기만 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리라!’의 심정으로. 오직 신에게 모든 운명을 의지하며. 어쩌면 배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쉴만한 작은 섬을 발견할 수도 있다. ‘성품이 따뜻하고 통합교육에 대한 의지와 이해도가 높은 교사’라는 눈물겹게 반가운 섬, 또는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특수 교사라는 섬을!
섬을 찾기까지 풍랑으로 배가 뒤집히지 않기를 바라며
특수교육대상자로 일반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크게 통합 학급에서의 실무사*2) 지원, 국어와 수학 과목의 개별 학습 지원, 개별화 교육계획, 치료비로 쓸 수 있는 교육청 바우처 카드 등이다. 인력 수급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 실무사 선생님은 중증 장애 아동 우선으로 지원받게 된다.
개별 학습 지원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국어와 수학 외에도 사회, 과학, 영어 같은 어려운 과목들이 추가되지만 개별 학습은 국어, 수학만 지원된다. 아니, 사회가 국어보다 더 어려운데? 이 지점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발달장애라도 학습 능력이 또래와 비슷하거나 우수할 수 있다. 사회성 측면의 어려움이 더 두드러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완전 통합(통합 학급에서만 수업을 받음)을 한다. 여타의 이유로 지원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국어, 수학을 개별 지원받는 아동들은 언어 발달과 학습 속도가 더딘 편이다. 국어, 수학 외의 과목은 통합 학급에서 알아듣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건가?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진행하는 강의에 참석했다고 치자. 그런데 통역도 없고, 자막도 없다. 참고 자료조차 없다. 그럼 그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교사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에게 맞는 자료를 따로 준비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의지와 재량에 따라 다르다. 아무 개입이 없으면 아이는 지루하더라도 그 시간에 착석 유지를 해야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상동 언어*3)를 계속 중얼거리거나 과하게 웃는 등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어쩌다 한 번 듣는 강의도 못 알아들으면 지루하고 짜증이 날 텐데, 매일 그런 강의를 몇 시간씩 들으며 학교에 다니라고 하면 얼마나 힘들까? 어쩌면 우리도 하기 힘든 일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불평도 못 하고 감내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소수라는 이유로.
개별 학습이 지원되는 과목을 늘리기가 어렵다면, 통합 학급 내에서 아동의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들 개개인의 역량과 의지에만 맡기는 것은 방치나 다름없다. 교육부 차원에서 교과 내용을 장애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수 방법을 개발하고, 관련 자료도 제작하여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추가 인력 지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별화 교육계획
개별화 교육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IEP)은 장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요구가 각자 다르기에 그에 맞는 교육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교육계획안이다. 매 학기 초 통합 학급의 담임교사, 특수 교사, 학부모, 때로는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도 함께 모여 개별화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를 한다. 학생의 발달 영역별로 현재 수행 수준, 도달해야 할 목표, 필요한 지원 등을 논의하고 학생의 개별 특성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그런데 이 자리가 단순히 완전 통합을 할 것인가, 국어와 수학 시간에 개별학습실에 가서 지원을 받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면 실무사 선생님이 필요한가, 아닌가를 놓고 설득하는 자리 같기도 하다. 인력 지원의 한계 때문이다. 한 학교에 특수교육대상자 수가 많은 경우, 모든 학생이 개별 학습을 지원받고 필요한 만큼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학교 상황에 따라 추가로 보조 인력을 배치해주기도 하지만, ‘세심한 맞춤 교육을 위한 회의’라는 본질이 흐려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교육청 바우처
장애 아동은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받는 치료 서비스들이 많다. 언어 치료, 응용행동분석, 감각 통합, 작업 치료, 놀이 치료, 미술 치료 등…그런 치료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교육청 바우처 카드이다. 한 영역의 치료비가 주 1회 기준으로 월 4회 20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현재 16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그 외 보건복지부에서 지원받는 바우처 카드도 있다. 이건 소득 수준에 따라 금액이 차등 지원된다. 이 또한 한 영역의 한 달 치료비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지원이다. 개인별로 장애의 중증도가 다 다르며, 필요한 치료의 종류와 양이 다르다. 주 1회의 치료로 그 영역의 치료 효과가 체감되기도 어렵다. 주 1회 한두 가지 영역의 치료로 충분한 아동은, 기질보다 환경 요인이 큰 발달 지연 아동(주위의 언어 자극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등)이거나, 다른 어려움이 없고 발음만 약간 안 좋은 정도 등의 사례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특수교육대상자 학생들은 지원 이외의 금액을 사비로 충당하며, 이 금액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기에 시간이 갈수록 치료를 줄이게 된다.
교사는 특수 교사에게 장애 아동의 돌봄을 의지하고, 특수 교사는 다수의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 학급 교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 보호자는 갈등이나 문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예약도 쉽지 않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전화를 걸고, 우연히 강의를 듣고 알게 된 행동치료 전문가에게 메일을 보내고, 치료실 선생님들과도 상의한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원인에 적합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모든 정보와 견해를 두루 섭렵한 후 핵심을 파악하고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알지 못하면 드러난 문제밖에 못 보기 때문이다. 탐정이 된 기분이기도 하고, 신의 경지에 오를 것을 강요받는 느낌도 든다.
최근 통합교육의 개선점을 건의하는 민원을 교육부에 넣었다. 답변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학교 현장의 통합교육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 특수교육 전문가(학계 전문가, 특수교육 고경력 교사, 통합 학급 담당 교원, 상담사, 사회복지사, 행동 지원 전문가, 보호자)로 시도교육(지원)청 단위의 ‘통합교육지원단’을 구성하여 통합교육 관련 컨설팅‧상담, 교원 연수, 통합교육 관련 자료 개발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내가 모르게? 언제? 혹시 시범학교에 한해서인가? 물음표가 꼬리를 이었지만 적어도 나라에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결국 교육 전체, 사회 전체의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통합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고 인지도 높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목표인 교육이 아닌, 학생 하나하나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잠재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된다면 통합교육에 투자하는 예산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