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죽음에 대하여

삶의 단상

by 목련


나는 운명론자다.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아니고, 내가 이 세상에서 얼마만큼 살 수 있는지 그 명만큼은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감히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그나마 무수히 많은 죽음에 대해 조금이나마 납득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오늘 나는 부고를 들었다.

설을 앞두고 사이좋은 노부부는 신년맞이 사우나를 가셨고, 각자의 탕으로 들어갔으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왔다. 한 분은 누워서 들 것에 먼저 나가셨고, 다른 한 분은 천천히 걸어 나오셨다.

왜 이렇게 안 나오나 답답해하며 그는 기다렸다. 문득 열어본 휴대폰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재중 통화수가 찍혀 있었다.

몇 년 전 나는 부고를 들었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둔 중년의 남자는 자기 사업을 시작했고 론칭하기 위해 부단히도 뛰어다녔다.

어딜 다녀오는 길이었을까,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던 중이었을까... 중년의 남자와 운전하고 있던 그의 자동차는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몇십 년 전 나는 부고를 들었다.

20살이었다 고작 20살. 6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 입학한 누군가는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술만 퍼마시며 돌아다닐 때 다시 대학에 도전하는 누군가는 20살을 치열하게 시작했다. 내일도 학원 가기 위해 일찍 자야 한다면서 잠자리에 들었는 그 아이는 그렇게 심장이 뛰지 않았다. 그날은 그 아이의 생일인 3월 28일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죽었고, 죽어가고 있고, 죽을 것이다. 죽음은 삶 옆에 바짝 붙어 있다.

죽음이 타인에게, 특히나 갑작스러운 그것이 주는 상실감은 언어로 표현되겠는가 그 미어지는 감정이...


나는 늘 죽음을 생각한다.

나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고 있는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가까이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 수 있냐고, 무엇이 배경이 되었기에 그럴 수 있냐고, 하여 나는 말했다. "삶이 참 고단합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나는 살아내고 있고, 즐거워하며 감사하고 오늘도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더 즐거울 내일을, 더 신날 내일을 고대하기엔, 그저 내 육신은 무척이나 고단하다. 눈을 감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는 죽음. 가끔 내 발로 걸어 들어가는 그 순간을 상상한다. 마치 그 흙바닥은 포근하고 안락하며 따뜻할 거 같다는 상상을 종종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산으로 걸어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도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잘 살아낼 것이다.


사진: UnsplashK. Mitch Hodge


#싯다르타#헤르만헤세#병덕#민음사

(29p)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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