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커뮤니티
아버님, 근데요.
시윤이 정말 너무 잘 생기지 않았어요?
아버님은 대답이 없으셨다. 그저 빙그레 웃음만 지으셨다.
"아니, 오빠. 객관적으로 우리 아들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
"꼭 객관적이어야 해?"
"...."
고슴도치 엄마의 아들 자랑에 부자(父子)는 더 이상 말을 더하지 않았다. 그저 소리 없는 웃음만 지었다. 나는 왜 우리 아들의 잘생김을 몰라주냐며 속상해했다. 앞으로 보고, 뒤로 보고, 옆으로 봐도 잘생긴 녀석을 한번 더 꼬옥 안아주었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핸드폰에 있는 지난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시윤이가 갓 태어났을 때, 새파랗게 질려있던 사진부터 조리원에서 처음으로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았던 사진, 처음 우주복을 입고 호빵처럼 얼굴이 찌그러졌던 사진까지.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사진과 함께 그때의 추억들이 되살아났다.
'단 한순간도 우리 아들이 예쁘지 않았던 적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참... 못났었네. 그나마 지금 엄청 예뻐진 거였네. 나도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였구만. ㅋㅋㅋㅋ'
문득 시윤이가 잘 생겼다며 소리치는 내 앞에서 시아버님과 남편이 끝내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 이해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윤이는 태어난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외모를 매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 그 부분에는 크게 감사할 일이나 사진으로 보니 '객관적으로'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하마터면 엄마의 눈에 콩깍지가 씌어 연예인으로 데뷔시킬 뻔했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지난 사진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매일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달라는 시아버님의 성화에 한숨을 쉬었던 날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매일 남겨놓은 사진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 아들의 하루하루가, 우리 아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작년 1월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콩알만 한 녀석과 처음 인사를 나눴다. 산부인과 선생님은 초음파 화면에 보이는 까맣고 작은 콩알을 보고 우리 아이라고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고, 평소와 다름없는 몸상태였지만 그 콩알을 보고 나오면서 나는 아랫배에 손을 대며 걸음을 조심했다. 진료실로 들어갈 때 무뚝뚝하게 들어갔던 남편도 진료실에서 나올 때는 괜히 내 어깨에 손을 대며 나를 부축했다. 누가 보면 만삭 산모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저 콩알을 보았다는 차이뿐이었는데 말이다.
그 까맣고 작은 콩알은 하루가 다르게 커서 한동안은 엄마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차만 타면 울렁거리게 해 먹은 것을 다 토해내게도 했다. 속상하고 원망스러운 날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할딱거리며 뛰고 있는 심장소리를 들으면 그 마음이 다 누그러졌다. 배를 쓰다듬으며 태담을 해주면 콩콩하고 안에서 대답을 했다. 꼭 늦은 밤에 딸꾹질을 해서 엄마를 깨우곤 했다. 옆으로 돌아누우면 숨이 막힌다며 배를 발로 툭툭 차내기도 했다. 그렇게 녀석이 내 몸안에서 자랐다. 열 달이 정말 쏜살같이 지났다.
그렇게 태어난 녀석이 눈을 뜨고 방실방실 웃어대더니 이젠 혼자서 뒤집고 손을 뻗어 나를 찾는다. 거실에서 놀다가 내가 없으면 엉금엉금 기어서 주방으로 온다. 목을 쭈욱 빼고서 엄마가 어디 있나 찾는 눈치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신기한지... 녀석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까만 콩알이었는데 언제 저렇게 자랐지?
팔다리도 생겼다고 좋아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저렇게 사람이 되었지?
하루하루 신기하고 그래서 뭉클한 것. 이것이 육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시간은 LTE급으로 흐른다.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으면 금세 자라서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요즘 우리 부부는 시간을 잡아두고 싶다는 소리를 종종한다.
"친구들이 애들이 너무 빨리 자란다고 했던 말, 그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이젠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아."
"응.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잠깐 멈춰놓고 싶은 생각이 들어. 요즘 우리 아기가 너무 예쁘니까."
"시윤이는 정말 여보가 낳은 작품이야. 우리 아들, 너무 이쁘다."
잠을 못 자 퀭한 눈으로 아이를 안고 눈물 흘렸던 날들.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 고구마를 100개쯤 삼킨 듯이 가슴이 먹먹했던 날들. 그 시간들을 지나는 동안, 내가 특별히 녀석에게 해준 것은 없었다. 그저 배고프다 하면 챙겨서 먹이고, 졸리다 하면 재워주었을 뿐. 눈을 찡긋하며 엄마를 찾으면 달려가 꼬옥 안아 주었을 뿐. 지나고 나니 미안하고 못 해준 것들만 생각나는데 아이는 몰라보게 훌쩍 자라 있었다. 심지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라주었다.
그저 믿어주고 기다려 주었던 시간, 그 시간이 아이를 키워냈다.
그 시간이 나와 남편을 한 아이의 부모로 길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