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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화 Jun 07. 2018

산후조리원은 어쩌면 정거장 같은 곳

조리원 커뮤니티

 조리원은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 같은 곳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고, 또 매일매일 익숙한 얼굴들이 육아의 최전선으로 떠나간다. 인사를 하고 아기 낳은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금세 퇴소 날이 다가오고 서로의 성공적인 육아를 기원해 주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대부분의 산모들이 2주 동안 산후조리를 하니 입소날이 비슷하면 퇴소 날도 비슷하고, 출산일이 며칠 상간이다 보니 아이들의 생일도 비슷하다.


 조리원 안에서 오랜 인연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친해지고 마음을 나눌만하면 곧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이별을 하게 될 거란 사실을 모두 다 알고 있기에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렇게 군중 속의 외로운 2주가 지나면 각자 원래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간다. 조리원 생활은 그렇게 잊혀 간다.


 물론 나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조리원에 있는 엄마들이 마치 심한 중2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처럼 보였다. 청소년기의 지독한 사춘기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린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버렸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린 중간에 끼인 아이들의 울부짖음 아닐까.


 내 눈엔 조리원에 있는 엄마들도 그래 보였다. 나 또한 그랬다.

 내 몸만 살피던, 기껏해야 결혼하고 남편 하나 챙겨주던 어제와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갓난쟁이의 엄마라고 하기엔 아직 어색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고, 두려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배는 남산만 하게 불렀지만 난 혼자였고, 엄마가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들 내게 엄마라고 불러주는 상황. 마법 같은 며칠이 훌렁 지나고 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 엄마가 되어야만 하는 날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엄마가 되기를 너무나도 바라 왔지만 덜컥 마주하고 보니 잘 해낼 수 있을까 겁이 났다. 조리원에 있는 산모들은, 그리고 나는 그렇게 여자와 엄마라는 이름 사이에 끼여있는 것만 같았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그녀들이 정거장에 차례대로 서있다.

 열병같은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어디로 떠나 있을까.

 이제 곧 조리원에 들어온 순서대로 차례차례 '엄마'라는 명찰을 달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겠지.

 그녀들의 내일에, 내가 맞이할 내일에 응원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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