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누구보다 너를 응원해!
아끼던 후배가 퇴사를 한다고 찾아왔다.
내가 먼저 박차고 나온 회사였기에, 좀 더 고민해 보라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었다. 대신 충분히 생각했냐고 물어봤다. 그렇다는 끄덕임에 괜히 말문을 돌려 상관도 없는 일상 수다를 한껏 떨어주었다.
까르르~ 저녁 한 끼라도 마음껏 웃고 가라는 마음에서였는데 실없는 선배라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후배 녀석이 이야기했던 퇴사 당일이 밝았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신기하게도 그 녀석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퇴사 당일이 얼마나 정신없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냥 기다려 주기로 했다. 언젠가는 카톡 하나쯤 보내주겠지.
하루 종일 마음이 그냥 그랬다. 걱정이 된다기보다 굳이 퇴사라는 경험으로 한 묶음이 된 게 미안하기도 하고, 선배가 먼저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가 싶은 게 마음이 그냥 그랬다.
선배님, 퇴근하는 길입니다.
오늘 저 퇴사했거든요.
고맙게도 퇴근길에 후배가 연락을 해왔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인사 다니고 메일 보내느라 정신없다가 회사에서 나오는 길에 연락한다며 운을 뗐다. 회사에 있는 선배라면 같이 커피 한잔, 메신저 한 줄 나누었을 텐데... 나는 그렇지 못해서 마지막 퇴근하는 길에 연락하게 되었다며 말을 덧붙였다.
어느새 그 후배와의 인연도 3년째다.
꼬꼬마 신입사원일 때 만나서 이젠 그 후배도 대리님이 되셨으니, 참 시간이 빠르다.
3년 전, 그 후배는 신입사원 교육에 입과한 교육생이었고 나는 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총괄 매니저였다. 교육에도 워낙 열성이고 성실한 학생이어서 참 괜찮다~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말이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교육이 끝나고서까지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될 줄은 사실 상상도 못 하였었다.
때마다 꼬박꼬박 카톡에 메신저를 보내고, 그에게 변화가 생길 때는 물론 내 신변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챙겨서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걸 보면 내가 어디서 이런 복을 타고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주 오래전, 한 선배가 내게 해 준 이야기가 있었다.
네가 지나온 자리마다
3명씩만 남겨봐.
더는 욕심부리지 말고.
3명 남기기도 쉽지 않거든.
늦은 새벽, 내 전화 한 통에 헐레벌떡 뛰쳐나올 만큼의 친구는 아니어도 좋다. 그런 친구는 인생의 3명으로도 족하다 느낄지도 모른다.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지나온 자리마다,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 3명씩만 남긴다고 생각해 보라는 조언. 10명, 20명 남기려다가 결국 하나도 못 남기고 만다는 선배의 조언에 피식 웃음을 지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다보니 3명을 남기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아리, 직장동료, 입사동기... 내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들은 많은데, 막상 내 곁에 남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퇴사라는 것도 마찬가지.
우리에게 하나의 사건이고, 시간의 흔적이다.
나는 10년이라는 직장생활의 끝에 3명의 지인을 남길 수 있었나 되돌아본다.
회사 다닐 때 매일매일 점심을 같이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함께 나누었던 동료라 할지라도 퇴사하고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자주 연락하고 기대게 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퇴사 전후가 모두 한결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먼저 퇴사한 선배로서 퇴사하는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는 게...
세상 누구보다 너의 내일을 응원한다는 말.
지나온 시간에서 3명을 남기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시간에서 또 멋진 3명을 만들어 가라는 말.
그 두 개뿐이라서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뜬구름 잡는 응원의 한마디가 무엇보다 힘이 된다는 걸 알기에
조심스레 건네보았다.
힘내라고. 나는 항상 너를 응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