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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화 Jul 04. 2018

한 번도 세상을 디뎌본 적 없는 작은 발

조리원 커뮤니티

 시윤이의 작은 발을 꼬옥 잡아본다.

 따끈한 온기가 전해져 어릴 적 작은 손난로를 잡은 것 마냥 따뜻하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발가락이 귀여워 연신 발에다 입을 맞춘다. 작디작은 그 발에도 조그만 발톱들이 촘촘히 자라나 있다. 어제보다 아주 조금, 정말 조금 자라난 발톱들도 하나씩 쓰다듬어 본다.


 그러다 문득.

 내가 잡고 있는 이 발은 아직도 세상을 한 번도 디뎌본 적 없는 발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앞으로 녀석이 이 작은 발로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날이 오겠지. 이 발에 신발을 신고 아장아장 내게 걸어오는 날이 오겠지. 운동화를 신고 100미터 달리기도 하게 될 것이며, 구멍이 뽕뽕 뚫린 샌들을 신고 물놀이도 가겠지. 엄마가 아직 가보지 못한 넓은 세상으로 우리 시윤이가 나아가겠지. 이 발로 세계 곳곳을 걷고 경험하겠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가슴이 벅찼고, 두근거렸다. 

 내 손 위에 놓인 작은 두 발이 세상 무엇보다 귀하게 보였다. 보물과도 같았고, 천사의 날개와도 같았다. 우리 아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 이 아이가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나는 이제껏 내 발을 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으레 발에는 신발을 신는 것이었고, 으레 걸어서 어디를 가는 것뿐이었다.


 아기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게 하는 것.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로부터 엄청난 감동을 받게 하는 것. 그것은 마치 내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과 같았다.


 아기의 두 발을 잡고서 한참을 생각에 빠져있었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너무나 감사하며 또한 너무나 행복한 엄마만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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