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할 것인가? 공존할 것인가?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정의해 온 과정입니다. 초기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계절과 날씨, 지형과 동물의 습성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필요 이상의 채취나 사냥은 드물었으며, 자연은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시기 자연은 단순한 자원 이상의 의미를 가졌고, 인간과 자연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였습니다.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자연을 관리하고 개조하는 존재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을 경작하고 강물을 다루면서 인간은 점차 자연을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인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을 때에는 큰 환경 훼손을 초래하지 않았지만, 사회가 커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에 대한 영향력은 점점 커졌습니다.
산업혁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석탄과 석유, 철광석, 목재 등 대규모 자원 채취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은 효율적으로 ‘추출’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변했습니다. 당시 사회는 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하는 것이 인간 발전의 상징이라고 여겼으며, 이러한 인식은 광범위한 환경 파괴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국립공원의 지정은 자연을 보전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주려는 최초의 제도적 시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은 1872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세계 최초로 지정하며 자연보호의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서부 개척과 철도 확장이라는 역사적 전환기였고, 옐로스톤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영구히 보전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이었습니다. 이는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문화적·정신적 자산으로 인정하는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1909년 스웨덴이 아비스코 국립공원을 포함한 9개의 국립공원을 지정했습니다. 아비스코는 북유럽의 빙하, 산악, 그리고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스웨덴은 당시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자연 훼손 문제를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관리를 위한 선진적인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아비스코 국립공원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며, 이후 전 세계 국립공원 제도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을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습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였지만, 정부는 자연의 가치를 보전하고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국립공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설악산, 한라산, 덕유산 등 전국의 주요 산악과 해안 지역이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총 23개의 국립공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 지정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사회적 합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아웃도어 활동은 자연을 체험하고 즐기는 동시에, 자연에 부담을 주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2024년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약 700만 명에 달했고, 일부 탐방로에서는 토양 침식 등의 물리적 훼손과 그에 따른 동식물 생태계의 훼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캠핑 장비와 차량 이동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과 폐기물 증가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국립공원 관리 당국은 ‘쓰레기 무단 투기’와 ‘산불 위험’ 등 탐방객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웃도어 활동은 자연을 ‘소비’하는 행위이자 ‘보전’의 실천으로 이중적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연에서 받는 즐거움을 지속하기 위해 ‘Leave No Trace’ 원칙을 생활화하고, 친환경 장비를 선택하며, 탐방 시기와 경로를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여 자연을 지키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아웃도어 문화는 자연과 인간이 지속가능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소비와 보전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이며, 이는 곧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입니다. 이 여정에 아웃도어인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이유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