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Outdoor Life

탄소발자국과 생태계 영향

by 우주사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의 역설


야외활동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직접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산 정상에서 맞는 바람, 숲길의 냄새, 별이 가득한 하늘은 우리에게 회복과 영감을 줍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자연을 훼손합니다. 이동 과정에서의 탄소배출, 장비 생산과 소비로 인한 환경 부담, 인기 지역에 집중되는 방문객이 만드는 생태계 훼손은 모두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요인입니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무심코 자연을 소모하는 모순 속에 있습니다.


이동과 탄소발자국 – 소비되지 않는 여행은 가능한가


야외활동의 탄소발자국은 이동에서 크게 시작됩니다. 서울–부산 구간 약 400km를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KTX는 약 14.8kg CO2e(10km당 0.37kg CO2e), 비행기는 약 58.4kg CO2e(10km당 1.46kg CO2e)를 배출합니다. 승용차를 1인 탑승 기준으로 운행할 경우 배출량은 항공편과 유사하거나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장거리 원정, 해외 트레킹, 섬 관광처럼 항공편이 필수적인 경우 탄소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사실, 야외활동을 국한하지 않고도, 우리의 활동 자체가 CO2 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는 활동입니다.



장비의 탄소발자국 – ‘좋은 하나’의 의미


텐트 1개(3.5kg)는 제작 과정에서 약 25kg CO2e, 등산 배낭은 평균 17.5kg CO2e, 방수 자켓은 약 30.7kg CO2e, 등산화는 약 12.3kg CO2e를 배출합니다. 장비는 합성섬유, 금속 부품, 플라스틱을 포함하며, 제조와 운송 과정에서 에너지가 집약적으로 사용됩니다. 영국의 경우 매년 25만 개 이상의 텐트가 버려지며, 텐트당 30kg CO₂e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1만 톤 이상의 CO₂e가 단순 폐기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장 좋은 하나를 오래 쓰는 것’은 단순한 소비 습관이 아니라 기후행동입니다.




CO2e (carbon dioxide equivalent, CO2eq라고도 함)는 다양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등가의 이산화탄소(CO2)양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CH4(메탄)과 CO2(이산화탄소)는 같은 온실가스지만 CH4 는 CO2 발생의 25배의 온난화를 유발하기에 이를 통합해서 나타내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생태계 영향 –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파장


인기 산행지와 캠핑장은 방문객 증가로 토양 침식, 식생 훼손, 쓰레기 문제가 심화됩니다. 국내 일부 국립공원 구간은 연간 수십만 명이 통과하며, 토양이 단단해지고 표토가 유실됩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고산지대 트레킹로 주변 5m 내 식생 밀도가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피해도 존재합니다. 차량과 인파의 소음은 조류와 포유류의 번식 패턴을 깨뜨리고, 인공조명은 야행성 생물의 활동을 제한합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 입자로 부서져 하천과 토양에 남아 먹이사슬에 스며듭니다. 특히 이미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축소된 고산·극지 환경에서는 이러한 외부 압력이 치명적입니다.


지속가능한 전환 – 덜 멀리, 더 깊이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동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직접적입니다. 항공 대신 기차나 버스를 선택하고, 차량 이용 시에는 동승과 경로 최적화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저는 가급적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려고 하고, 그 이상으로 걷고 뛰는 것 자체를 즐깁니다.


장비는 대여·공유를 활용하거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아웃도어 장비를 최소한으로 소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가능한 오래성능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망가지면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고 그 장비에 저의 서사를 싣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 하나 장비를 추가할 때마다 이것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다른사람에게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답니다.


여행 시 계절과 시간대를 분산해 방문하고, 성수기를 피하면 생태계 회복의 여유를 줄 수 있습니다. 활동 후에는 쓰레기를 철저히 수거하고, 복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환경 기여’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적 장벽 – 의식과 행동의 간극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면서도 행태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야외활동은 레저를 넘어 사회적 연결, 자기정체성, 성취감을 포함하는 경험입니다. SNS 문화는 인증과 기록을 통한 소비를 강화하고, 친환경 의식과 실제 행동 사이에 ‘태도-행동 갭’을 심화시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구조적·문화적 관성을 깨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자연을 즐기고 있다라는 것도 좋지만,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SNS 에 업로드한다면 그 선한 영향력은 어떻게든 퍼져나갈 것입니다.


동반과 재생의 윤리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라이프를 위해서는 단순한 ‘환경에 좋은 선택’ 권고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실질적 감축 전략과 제도적 지원, 문화적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야외활동은 ‘더 멀리, 더 자주’에서 ‘덜 멀리, 더 깊이’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자연을 보존하는 방법은 종종 자연을 덜 사용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자연은 우리의 놀이터가 아니라, 우리가 빚진 채 살아가는 집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당신이기에 그만큼 자연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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