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커버 그리고 세대의 기억
세대와 음악의 얼굴
앨범 커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음악의 첫인상이며, 청자가 곡을 듣기 전 마주하는 얼굴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The Dark Side of the Moon’이 발표된 지 어느덧 50년이 지났다. 반세기 동안 이 앨범은 세대를 건너 살아남았다. 1970년대 젊은 세대가 향유하던 음악은 이제 70대까지 포괄한다. 핑크 플로이드가 활동하지 않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은 부모의 이야기나 책,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이름을 접할 것이다. 음악은 이어지고, 세대는 바뀐다. 기회가 된다면 ‘The Wall’과 ‘Wish You Were Here’를 들어보라. 그 시대의 실험과 감각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앨범이다.
LP 시대의 시각적 공간
당시 음반은 지름 30센티미터 LP였다. LP를 담는 보관함은 앞뒤로 각각 0.9m²의 면적을 제공했고, 이 공간이 바로 앨범 커버였다. 라디오와 잡지가 거의 유일한 대중매체였던 시절, 앨범 커버는 청자가 뮤지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창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앨범은 아티스트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틀스의 후반기 명반들을 보라. Rubber Soul, Revolver,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Abbey Road, Let It Be까지 멤버들의 모습은 언제나 표지에 담겨 있다. White Album을 제외하면 얼굴 없는 앨범은 거의 없었다.
힙노시스의 혁신
이 흐름을 바꾼 이들이 있었다. 바로 예술가 집단 힙노시스(Hipgnosis)다. 핑크 플로이드와 협업하며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재킷을 만들어낸 순간, 앨범 커버는 얼굴을 넘어 개념과 철학을 담는 장르로 변모했다. 그들의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두었고, 실제로 달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음반사 대신 뮤지션과 직접 작업하여 자본의 요구가 아니라 음악의 의도를 우선했다. 앨범 커버를 음악과 결합된 하나의 예술적 결과물로 끌어올린 것이다.
과정과 노동, 그리고 전환
힙노시스의 작업 과정은 오늘날보다 훨씬 가혹했다. 지금처럼 컴퓨터나 참고 도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육체노동이 요구되었고, 그러한 몸부림 속에서 새로운 시각적 언어가 태어났다. 바로 그 축적 덕분에 오늘날의 디자인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가 되면 MTV가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음악은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뀌었고,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뮤직비디오는 그 전환을 단번에 상징했다.
LP에서 CD로, 그리고 축소된 커버
동시에 매체도 LP에서 CD로 바뀌었다. 커버의 크기는 지름 30센티에서 12센티로 줄었고, 면적은 무려 84%나 감소했다. 턴테이블 위에서 시각적 존재감을 뿜어내던 LP 커버는 손바닥만 한 이미지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커버의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술과 상업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음악의 얼굴로 기능했다. 다만 초현실적 이미지를 창조하던 힙노시스는 흐름에 밀려나게 되었다. 그들의 작업이 위대했지만, 결국 커버가 주목받은 것은 무엇보다 음악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커버의 위대함이 곧 음악의 위대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팟 시대와 앨범 커버의 복원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MP3 플레이어와 아이팟 시절이 찾아왔다. 이때는 종종 앨범 커버가 사라졌다. CD에서 추출한 음원은 단순히 곡명과 아티스트 이름만 남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이팟은 앨범 커버 삽입 기능을 지원했고, 커버가 빠진 수천 곡의 파일을 직접 정리해 넣는 수고가 당연한 의식처럼 여겨졌다.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돌이켜보면 애플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과 내일의 앨범 커버
오늘날 스트리밍 플랫폼과 스마트폰에서 앨범 커버는 작은 정사각형 이미지로 소비된다. AI가 손쉽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지만, 과거의 과정과 성취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 긴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음악과 시각예술이 가능하다.
앨범 커버는 시대에 따라 크기도, 기능도 달라졌지만 본질은 같다. 그것은 음악의 얼굴이며, 청자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앨범 커버는 여전히 소중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 안에 담긴 음악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