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좋아하세요?

그에 대한 나의 20년 전의 대답

by 우주사슴

이 글은 제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던 2005년 5월경에 쓴 글입니다. 그 뉘앙스와 본문 자체는 거의 손대지 않고 읽기 쉽게 다듬었습니다. 따라서 2005년 이후 음악의 트렌드와 흐름은 당연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때의 생각이나 지금의 생각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계속 음악을 들어온 제 자신이 놀랍군요.


20년 전 나에게로 떠나보시죠.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나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준다. 모두가 한 가지씩 열중하는 그 무엇인가가 나에게 있어서 음악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저 '음악'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너무 애매하고, 나 역시 '음악'이라는 용어를 주저 없이 쓰지는 못한다. 음악은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며 포괄적인 용어이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영미 문화권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들리는 락/팝 음악이다. 언제부턴가 내 귀를 사로잡았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내 스타일은 흔히 팝송책에 나오는 음악 스타일이다. 평론가들의 입에서 자주 언급되는 음악, 빌보드 메인스트림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음악이다. 물론 지금은 다양한 갈래로 듣는 방향이 나뉘게 되었지만 말이다. 멋진 리뷰를 선사하려 했지만, 소설을 쓰듯 멋진 직유법과 비유법으로 도배하거나 무조건 칭찬 내지는 비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 시대에 살지 않았으면서 단순히 음악적 동향을 끌적 거리고, 실제로 많이 듣지도 않은 앨범에 대해 리뷰를 써서 정의 내리고 싶지는 않았고, 또한 나 스스로도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음악을 듣고 좀 더 정확하게 내 느낌을 알고 싶었고,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음악을 듣고 평가한다는 게 조금은 얄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음악을 본질적으로 느끼고 싶었던 것은 나만의 선택이었던 것일까?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브라이언 메이가 기타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레코딩을 했다고 한다. 오지 오스본의 불세출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는 '크레이지 트레인' 녹음 시 2번 레코딩을 통해 좌우 사운드를 입혔다고 한다. 지미 페이지가 기타를 잘 치는 건 맞는 걸까? 명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의 후반부 멋진 기타 솔로는 레스폴이 아닌 텔레캐스터로 녹음되었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다."


그러던 차에 핫뮤직의 편집장 조성진 씨의 칼럼을 보게 되었다. 지금의 현 편집장인지 잘 모르겠지만, 조성진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을 느끼고 즐기려면 악기를 잡아라. 멜로디가 좋다, 목소리가 좋다, 느낌이 좋다라는 피상적이고 접근적이지 않은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 사람의 레코딩 때 어떤 식으로 연주했을지, 무슨 감정이 들었을지를 한 번 상상해 보라."


단지 음악을 본질적으로 다가가고 싶어서, 나는 일렉트릭 기타를 잡았다. 무대에 서보고 싶다거나,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싶다거나, 혹은 음악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가 아니었다. 한 몇 년간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많은 공연을 해 보았고, 많은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라이브 클립을 보면서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 팀의 연주 색깔, 연주 방식 등을 스폰지처럼 흡수했다. 부유하지 못한 자취생 시절에도 가장 최소한의 지출을 제외하고는 악기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정말로 많은 이펙터(프리앰프)를 사용해 본 것 같다. 내가 동경하는 뮤지션의 악기를 직접 사용하며 연주하는 것은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리고 좋은 소리를 뽑아내기 위해 꾸준히 연구했다. 레코딩 작업이나 라이브 현장에서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위해서는 속된 말로 '귀가 뚫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타리스트의 조건은 실력뿐만 아니라 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앰프의 특성, EQ 마이킹, 콘솔 제어를 모두 계산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좋은 공연을 위한 무수한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철저한 계산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언제든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의 라이브까지 가기에는 일반적인 공연과 비교할 수 없는 부담과 난관이 따른다. 대중음악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가수들이 노래의 목소리 톤까지 잡으려 하는 현실이 있으니 말이다. 공연장에서 관중은 그저 지켜보기만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스태프들이 조명, 모니터 스피커, PA(공연 음향) 사운드를 실시간으로 맞추며 전쟁 같은 작업을 치르고 있다. 여러 장비를 준비하는 데 정말로 많은 인력이 소요된다.


곡을 많이 카피하면서 블루스에서 하드코어까지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탐구해 보았다. 가요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곡들도 사실 규칙적으로 조합된 히트곡 제조 공식에 따라 나타나는 패턴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악전 지식(악보를 보는 능력)도 많이 필요했다. 음계와 조표에 대해 씨름하며 작곡을 시도했고, 좋은 퀄리티의 데모를 만들기 위해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에서 레코딩 작업을 하기도 했다.


최근 아마추어 밴드들을 보면, 대부분 뉴 메탈 음악을 카피하려는 경향을 띤다. 음을 낮추고 드라이브를 과다하게 걸어 지져대는 스타일은 린킨파크와 콘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시도하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레드 제플린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다소 안타깝다. 이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음악이 만들어 놓은 연주력 퇴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21세기를 이어가는 새로운 락 트렌드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국악이나 제3세계 통속 음악을 접했을 때도 이질감보다는 새로운 음악적 소스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들었다. 악기라는 것 자체를 다루고 음계를 연주한다는 본질적인 측면은 음악을 이해할 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음원의 홍수 속에 파묻혀 있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음악을 주의깊게 들으려 해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밴드의 기타 톤이 어떠한지, 베이스 라인이 어떤지, 무슨 스케일이나 모드가 느껴지는지를 아는 것은 단순히 '멜로디가 좋다, 분위기가 괜찮다'라는 것보다 음악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훌륭한 방식이지 않은가.


"Creep에서 조니가 이른바 '노래를 망치기 위해' 만들어낸 브러쉬음을 알고 싶다면, 그 의미를 탐구하고 느끼는 것은 결국 당신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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