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기록

음악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하였으나, 기록은 최근의 일이다.

by 우주사슴

음악은 인류의 역사, 혹은 동물의 역사와 함께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대화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일정한 시간이 쌓이며 만들어진 음의 높낮이와 리듬에 의해 탄생한 듣기 좋은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삶을 지배해 온 종교와 그 흐름을 함께해 왔다. 무속신앙이든, 그 이후 태동한 수많은 종교든, 공통적으로 음악 혹은 운율이 있는 육성과 함께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류의 역사가 종교의 역사인 동시에 음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대중음악의 역사는 고작 70여 년에 불과하다. (1950~2020년대 중반, 그리고 이 글에서는 대중음악을 다루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중음악의 본질은 무엇인가? 대중음악은 대중이 향유하고 즐기는 음악이다. 즉, 소수 계층이 독점적으로 소비하는 음악이 아닌 것이다. 대중음악이 대중에게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큰 비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공식이다. 또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대중음악의 기점은 바로 '기록'의 유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는 음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언어가 생기고, 그것을 기록하는 문자와 글이 탄생했으며, 지식이 기록되기 시작하고, 책으로 대량생산되면서 인류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음악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것이 정형화되었고, 악보라는 형태로 기록되기 시작하면서 지속성을 가지게 되었다. 기록 이전의 음악은 전해지거나 구전되었지만, 현재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음악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악보를 기반으로 각기 다른 지휘자와 연주자의 해석을 통해 연주되고 기록된 것이다.


기록되지 않은 시대에는, 즉 LP, CD, 라디오 등이 없던 시절 일반 대중은 음악을 접하기 위해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거나, 운이 좋게 행사 등을 통해 직접 들어야만 했다. 이는 상류층과 피지배계층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며, 같은 사회 구성원일지라도 계층에 따라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었다.


과거의 관점에서 보았을때 비틀즈의 악곡을 누가 연주하고, 지휘하고, 녹음했는지에 대해 특별히 높은 평가나 관심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틀즈의 음악 그 자체로 여전히 동일하게 존재하고, 후대에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마스터링 등의 과정을 거쳐 음질 개선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는 비틀즈의 오리지널 음원을 현대적인 기술로 개선한 것이다.)


음악 기록의 역사는 보편적으로 1950년대 아날로그 바이닐 레코드(이후 LP)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당시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즉 음악을 담고 있는 매체를 손에 넣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중들에게 널리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록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실제 연주와 노래를 듣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되었다. 만약 기록된 음반과 같은 음향 조건으로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연주를 위한 음향장비, 연주자의 컨디션, 악기 상태 등이 필요하며, 이는 전문 공연장에서만 가능하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비용이 수반되며, 아티스트의 일정에 따라 실제로 들을 기회가 극히 제한되기도 한다.


대중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기 위해 하나의 비즈니스로 변모하며 상업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누구 한 명이라도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길 바라는 무명의 아티스트는 분명히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단지 휴대폰의 재생 버튼만 누르면 들을 수 있는 음악의 뿌리는 LP의 탄생과 깊은 인과관계를 가진다. (LP는 'Long Play'의 약자로,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는 대중음악에 노출되거나 이를 즐기는 입장이다. 대중음악을 만든 아티스트 또한 자신이 즐겨 들었던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러한 영향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1950~60년대에 이르게 된다. 만약 기록이 없었다면, 이처럼 음악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 (라디오, TV, MTV, 인터넷, MP3, 스마트폰 등도 음악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당신이 처음 손에 넣었던 기록된 음악은 무엇인가?




P.S.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발전해 온 그림, 사진, 영화, 영상의 흐름 또한 흥미로운 주제다.

다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은 그림, 사진, 영화, 영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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