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play
LP는 음악이 녹음된 매체 중에서도 제법 오래된 형태로, 1980년대 후반 CD가 대중화되기 이전까지 주력으로 사용되던 매체였다. LP는 보통 지름 12인치(30cm)의 원형 디스크와 이를 감싸는 정사각형의 두꺼운 종이 커버로 구성되어 있다. 디스크에는 음악이 수록되고, 커버는 음악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사진, 그림, 아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커버는 단순히 음악을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시각적으로 음악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제공하며, 영상 매체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는 음악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LP는 레트로 열풍과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기존에도 꾸준히 LP를 즐겨 듣는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스트리밍이 대중화된 현재 시점에서도 LP라는 매체로 음반을 발표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LP라는 이름은 무엇을 의미할까? 왜 "LP"라고 부르는가? LP는 Long Play의 약자로, "길게 재생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Short Play"가 있었던 게 아닐까? 맞다. LP는 기존 방식에서 더 많은 음악을 담을 수 있도록 발전된 매체이다. 초기에는 SP(Standard Play)에서 시작해 EP(Extended Play), 그리고 LP(Long Play)로 발전해 왔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미니앨범의 성격을 가진 EP 또한 이 발전 과정에서 이름을 이어받은 것이다. SP(Standard Play)가 가진 용량에 비해 더 많은 음악을 담을 수 있었던 EP(Extended Play)는 1~2곡 이상의 노래를 담을 수 있었고, 그 의미가 이어져 오늘날 EP라는 형태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매체의 제약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이러한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한 곡을 10분 이상 길게 만들어도 되고, 앨범에 수십 곡을 수록할 수도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앨범이 약 1시간, 한 곡이 3~4분으로 구성되는 관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과거 기술적 제약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람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나 싫증을 내지 않는 적당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정립된 일종의 공식일지도 모른다.
나는 LP 세대는 아니지만, 그 시절을 상상해 본다. 새로 발매된 아날로그 레코드를 어렵게 구하거나, 때로는 누군가에게 부탁해 손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전축의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들었던 그 경험은 분명 특별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렵고 수고롭게 들었던 음악들이 오히려 지금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넘쳐나는 음악들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잊히듯, 그 시절 어렵게 들었던 음악과 그 성과들은 지금까지도 쉽게 잊히지 않는 듯하다. 이는 단지 음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에 적용되는 진리일 것이다.
지금 LP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LP가 단순히 음악을 담는 매체가 아니라, 물건으로 존재하며 소유할 수 있는 매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LP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며, 책장에 꽂힌 책처럼 소유의 즐거움을 준다. 디지털 환경에서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도 LP는 이러한 독특한 매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꿋꿋하게 생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