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대한민국 찬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문장을 듣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한 곡을 떠올릴 것이다.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 곡,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
이 곡 하나로 인해 나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곡이 발표된 지도 어느덧 30여 년에 가까워져 클래식 반열에 들어선 훌륭한 넘버가 되었다. 이 곡에 대해 나는 참으로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애를 쓰고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매년 줄기차게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라 있는 이 곡.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인 것일까? 하나하나씩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막아지지 않는 이 곡의 시대적 배경부터 시작해보자.
IMF를 맞이하기 전, 어떻게 보면 풍전등화와 같았던 한국 사회. 실질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 선출된 대통령의 시대였고, 그 명암은 결국 암울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던 시점이었다. 민주화를 맞이하여 세상은 진정한 개방의 물결에 젖어들었고, 예술가들은 그동안 억압되었던 예술혼을 펼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92년 서태지의 등장은 세상을 더욱 요동치게 했다. 음악의 검열이라는 예술의 혼을 억누르는 제도에 대해 하나둘 의문을 제기하며, 과연 음악 표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문제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를 떠나 조금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해보자.
90년대 초반의 메인스트림 음악은 과거 80년대 MTV의 등장과 함께 상업적으로 변질된 음악에 대한 실증(싫증), 그리고 지금의 레트로 열풍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옛것을 찾고자 하는 흐름이 있었다. 이는 록 음악의 정신과 본질과 같은 내면적인 방향으로 에너지가 선회하던 시기였다. (전체적인 맥락보다는 록 음악에 초점을 맞추며, 당시 메인스트림은 록 음악이 득세했지만, 대중음악 시장 전체는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등장한,
너바나(Nirvana)
너바나의 등장은 음악계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 순간 세상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친 목소리와 정제되지 않은 듯한 사운드는 70년대 펑크의 정신을 이어받은 듯했고, 록 음악의 순수함과 본질을 상징했다. 이는 80년대 성장의 시대를 살며 자본주의에 신물이 난 기성세대와 신선함을 추구하던 신세대의 답변이었다.
이 음악은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 불린다.
얼터너티브는 사운드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당시 시대적 배경에 기반한 음악으로, 기존 음악의 대안으로 불렸다. 사운드의 특징으로 좁혀 들어가면 "그런지(Grunge)"라고 칭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너바나의 영향을 받거나 당시 시대적 부름을 받았던 음악들이 나타낸 성향을 대변한 것이며, 그런지라는 명칭이 사운드를 정확히 표현한다고 보긴 어렵다.
90년대에 180도 뒤집혀 버린 록 음악의 판도는 2025년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이는 이전의 음악이 주류로 올라서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며, 얼터너티브 노선을 수용한 음악들이 현재까지도 주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90년대 초중반 한국 음악을 지배했던 아티스트는 단연 서태지와 아이들(이하 서태지)이다. 그들의 등장은 아이돌 음악이 주류로 올라서고, 음악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풍토로 바뀌는 부작용을 낳았다. 하지만 이는 서태지의 등장과 관계없이 언젠가는 누구의 등장으로든 진행되었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태지의 음악 스타일은 서구에서 유행하는 최신 스타일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발표하는 패턴이었다. 3집 발해를 꿈꾸며, 4집 슬픈 아픔, 필승은 훌륭한 얼터너티브 넘버라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 음악 시장에서도 얼터너티브 음악이 주류 시장에서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90년대는 80년대와 달리 민주화로 인한 해외여행 자율화, 개방적 분위기, 더 나아가 세기말 분위기 등으로 사회는 급진적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이는 매우 자유로운 시점이었으며, 지금과는 다른 Radical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전후세대의 고생했던 부모 세대들의 자녀들이 풍족함을 처음으로 느끼고 외국 문물을 큰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기였다.
또한, 일본 음악을 비롯한 일본 문화가 음성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던 시점이기도 하다. 그 결과, 90년대 대중음악은 개방되지 않은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음악들이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분위기를 카피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모든 배경들이 하나둘 겹쳐지며 결국 탄생한 것이,
한국 최고의 얼터너티브 찬가 챠우챠우.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얼터너티브 찬가는 다음과 같다:
Nirvana - Smells Like Teen Spirit
Radiohead - Creep
Weezer - Say It Ain't So
그리고 한국에는 위 노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명곡 챠우챠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