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일상, 루틴의 기록

우주사슴 라이프

by 우주사슴

시간은 흐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되돌릴 수 없이, 멈출 수 없이. 그러나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는 결코 공평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어떤 사람은 시간을 채운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3년 반 전부터 나는 일정한 패턴으로 살아왔다.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새로이 주어진 환경에 충실하게 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되돌아보니 하나의 패턴이 되어 있었다.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는 하루를 설계하는가, 아니면 하루에 반응하는가? 나는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 반응이 일관되게 축적되면, 그것은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이 글은 그렇게 만들어진 일상에 관한 기록이다.


일상루틴의 구체적 구조


평일의 기본 틀


7시 20분에 일어난다. 40분에 문을 나선다.


모든 준비는 전날 해놓는다. 다음날 입을 실루엣을 생각하며, 옷은 미리 다리고, 그에 맞는 가방과 신발을 선택하여 준비한다.


70분여를 이동하여 일터에 도착한다. 9시부터 18시까지 일한다. 이것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구조, 협상 불가능한 시간의 틀. 18시까지 모든 것을 끝내리라 생각하고 그 시간에 업무를 마친다.


나는 내가 일하는 분야의 대한민국의 가장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부딪히고 품으려 나아간다.


이 시간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전문 역량을 배양한다.


저녁의 다섯 가지 리듬


- 월요일: 호흡. 러닝을 한다.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한 주의 시작을 몸으로 각인하는 의식이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흐르고, 리듬이 정돈된다. 한 주의 템포가 설정되고, 주의 시작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화, 목요일: 확장. 어학원에 간다.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사고하는 시간.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구조 속으로 들어가는 훈련. 이것은 지적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다.


- 화, 수요일: 부업. 줌 강의를 한다. 일주일의 중간, 에너지가 떨어지기 쉬운 시점에 또 다른 전선을 연다. 본업과 다른 영역에서 나를 증명하는 시간. 경제적 의미를 넘어, 역량의 확장이다. 상황에 따라 어학원시간과 조율하여 진행한다.


- 수요일: 재확장. 다시 어학원. 화목과 같지만 다르다. 영어로 사고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영어를 배워온 혹은 경험한 사람들과 실로 다양한 견해로 이야기한다.


- 금요일: 해방. 단골가게에 간다. 일주일의 긴장을 풀고, 예측 불가능한 대화 속으로 들어간다. 술은 핑계고, 진짜 목적은 타인의 서사와 마주하는 것이다. 네트워킹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것을 '사회적 호흡'이라 부른다. 단골가게의 주인은 나와 오래된 인연이 있다. 그래서 편안하다. 하지만 그곳에 오는 손님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신선하다.


저녁식사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퇴근 후 저녁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부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운동량을 보충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 저감활동으로 연계된다.


주말의 세 가지 형태


주말은 고정되지 않는다. 50% 정도는 백패킹 혹은 트레킹의 아웃도어활동.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몸을 쓰고, 텐트를 치고, 다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것은 탈출이 아니라 재충전이다.


30%는 세미나, 독서모임 등 다른 활동으로 채운다. 새로운 지식, 다른 관점, 낯선 사람들. 입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출력이 고갈된다.


20%는 완전히 비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청소, 집안정리 등을 한다. 정돈된 환경에서 빈 공간에서 생각이 싹트기 마련이며, 안정감을 준다.

애니, 영화 등의 작품을 감상한다. 서사를 체험하고, 타인의 창작물 속에서 쉰다. 이것도 학습이다. 아이디어를 얻는다.


정 아니다 싶으면, 근처 하천주위를 뛴다.


연간의 큰 호흡


1년에 2-3회, 해외로 나간다. 일상의 루틴을 완전히 벗어나, 전혀 다른 리듬 속으로 들어간다.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것과 마주할 때, 우리는 자신을 재발견한다.


이 모든 것이 80% 정도 지켜진다. 나머지 20%는 유동적이다. 새로운 이벤트, 예상치 못한 만남, 갑작스러운 휴식. 완벽한 계획은 깨지기 쉽다. 유연성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유지의 힘과 내적 논리


3년 반. 짧지 않은 시간이다. 유지는 어떻게 되었나.


첫째,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다.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날,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 날은 무언가 잃어버린 느낌을 준다. 이것은 강박이 아니라 태도다. 충실하게 살고 싶다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둘째, 주어진 환경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저녁 시간이 비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러닝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학원이라는 선택지가 있었고, 나는 그것을 택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려는 작은 선택들이 쌓인 것이다.


셋째, 이동조차 기회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버스, 걸어가는 시간. 보통 사람들은 이 시간을 소모한다. 나는 채운다. 음악을 듣고, 주위를 관찰하며 트렌드를 읽고, 생각을 정리한다. 이동 시간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전환의 시간이다.


넷째, 내적 일관성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은 변수다. 어떤 날은 칭찬받고, 어떤 날은 비난받는다. 하지만 나는 타인의 평가에 삶의 리듬을 맡기지 않는다. 내가 나를 인정한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확신이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형태


돌이켜보면, 이것은 설계가 아니라 누적이었다. 작품을 만들려던 것도, 실험을 하려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충실하게 살려고 했을 뿐이다. 이것은 사회인이 되고 나서의 누적된 삶을 기초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설계'하려 한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고, 실행한다. 이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나는 환경에 반응한다. 주어진 시간, 주어진 기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충실한 선택을 반복한다. 그 반응들이 쌓여 지금의 패턴이 되었다.



타인의 시선과 해석


이런 삶을 말하면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지 싶다.


"대단하다. 부럽다." 또는 "너무 빡빡하지 않나? 피곤하겠다."


대단함에 대하여


이것은 특별한 의지력의 산물이 아니다. 시스템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자동화되었다. 월요일이 오면 몸이 알아서 러닝화를 신는다. 시스템이 작동하면 의지력은 불필요하다.


피곤함에 대하여


이것은 부담이 아니라 구조다. 오히려 구조가 없을 때 더 피곤하다. 매일 "오늘 뭐 하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에너지를 소모한다. 나는 이미 정해져 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다.


독특함에 대하여


"별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는 이것을 부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독특함은 차별성이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살 필요는 없다. 나는 나만의 리듬을 찾았을 뿐이다.


서사의 전달


중요한 것은 이 루틴이 "기계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는 로봇처럼 사는 게 아니다. 매 순간을 의도하고,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같은 러닝이라도 월요일의 러닝과 다음 월요일의 러닝은 다르다. 날씨가 다르고, 기분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루틴은 겉모습일 뿐, 내용은 매번 새롭다.


삶을 작품으로 바라볼 때, 독특함은 비난이 아니라 미학적 태도로 해석된다. 작가는 비슷한 문장을 쓰지 않으려 한다. 화가는 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으려 한다. 나는 같은 하루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형식은 비슷해도 내용은 다르다.


나의 삶과 궤적


삶의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깨닫게 되는지 점은 "충실함은 누적"된다. 그리고 그 누적이 형태를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작품 같은 삶", "실험적인 일상", "의미 있는 시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각각의 선택은 그 순간의 충실함에서 나왔다. 큰 그림을 그리려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선택들이 반복되고, 반복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패턴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하나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루틴은 감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루틴을 제약으로 보기도 한다. 매일 같은 것을 하면 지루하고, 틀에 박히고, 자유를 잃는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할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경험은 다르다. 루틴은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냥 하면 된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다.


그리고 이 루틴은 80%만 지켜진다. 나머지 20%는 유동적이다. 새로운 일이 생기면 조정하고, 피곤하면 쉬고, 다른 기회가 오면 받아들인다.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그래서 지속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충실함이다. 오늘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냥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뭔가를 할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매일, 매주, 매달, 매년. 그 선택들이 쌓여 나의 인생이 되었다.


당신의 삶은 어떤가?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가, 아니면 뭔가를 남기며 흐르는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나의 삶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간다. 하루하루가 나의 태도가 만든 결과물로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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