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족

존중과 관계인정으로.

by 우주사슴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화목한 가족을 본다. 부모와 성인 자녀가 함께 웃으며 걷고, 식당에서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따뜻해 보이지만, 내 가족과 비교하면 이질감이 든다. 우리는 그렇게 가깝지 않다. 명절에는 형식적인 대화만 오가고, 전화 통화는 짧고 어색하다.


이것이 비정상일까? 아니면 저 화목한 가족이 예외일까? 이 글은 성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왜 자연스러운지, 그리고 앞으로 자식과의 관계가 어떤 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까지 탐색한다.


드라마와 SNS, 광고에서 반복되는 가족 이미지는 늘 완벽하다. 함께 웃고,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는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형일 뿐,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실제 성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대화는 한 달에 한두 번 수준이고, 대부분 “잘 지내세요” 정도에 머문다. 명절에 만나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이 괴리가 죄책감을 만든다. “나는 부모와 가깝지 않다. 나는 나쁜 자식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사회적 이상형과 현실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이다.


18세 이후 사람은 독립적 개인이 된다. 대학, 직장, 연애, 자기 삶을 구축하면서 부모와의 삶은 이미 다른 궤도를 따른다. 부모도 자신의 일과 관심사가 있고, 자녀도 자기 삶에 집중한다. 서로의 일상에 매일 부딪히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이 생긴다. 이것은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배신이나 결핍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가 이 거리를 부정적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 냉정하다”는 프레임이 죄책감을 만든다.


과거 가족은 생존과 정체성의 중심이었다. 농경 사회에서는 가족이 경제 단위였고, 가족 없이는 살 수 없었다. 현대 사회는 다르다. 개인은 가족 밖에서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친구나 동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서적 유대를 찾는다. 정체성은 가족이 아니라 자기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이제 가족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느슨한 연대”에 가깝다. 가까워지지 않아도,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세대 차이 때문에 부모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인 자녀가 자기 삶을 우선하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잘못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가족관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결혼은 관계의 축을 바꾼다. 결혼 전까지 가장 가까운 관계는 부모였지만, 결혼 후에는 배우자가 중심이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배우자는 매일 함께 사는 사람이고, 미래를 함께 만드는 사람이다. 부모도 중요하지만, 삶의 중심은 아니다. 거리감은 배신이 아니다. 성인은 혈연보다 선택한 관계를 우선할 수 있고, 그것이 건강한 독립이다.


내가 부모와 맺은 관계의 패턴은, 앞으로 나의 자식과도 일정 부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자식과 가까워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지만, 핵심은 거리 자체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도 독립적 개인으로 성장할 것이고, 내 삶과 자식의 삶은 점점 서로 다른 궤도를 따라갈 수 있다. 그 거리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관계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리에서 본 화목한 가족은 진실일까? 어쩌면 일시적 장면의 편집본일 수 있다. 현실의 가족 관계는 이렇다. 가까워지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 돕는다. 다투지만 관계를 끊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간섭하지 않는다. 화목은 환상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 화목이 아니라 존중과 경계 인정이다.


성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거리는 비정상이 아니다. 독립과 성숙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현대 가족은 완벽하지 않아도 진실하다. 억지로 친밀함을 연출하지 않고, 필요할 때 서로 곁에 있는 관계. 이것이 ‘꾸미지 않는 인간관계’의 정직함이다. 앞으로 나의 자식과의 관계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삶의 자율적 설계와 존중이다. 각자가 자기 삶을 온전히 살 수 있을 때, 가족 관계도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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