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 보다는 다양함을 추구
우리는 본능적으로 완벽을 추구한다. 한 분야에 깊이 몰입하여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그러나 완벽은 불가능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필요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도달 불가능한 지점이 된다. 완벽을 추구할수록 인간은 그 완벽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화학물질의 순도를 높이는 과정을 보자. 처음에는 조금의 노력으로도 순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99%에서 99.9%로, 다시 99.99%로 올라갈수록 필요한 비용과 에너지는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이 과정이 보여주는 것은 인간의 성취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사실이며, 그 곡선의 끝은 무한 비용의 함정으로 이어진다는 통찰이다. 카메라 렌즈도 마찬가지다. 조리개 값이 f/2.8에서 f/1.4로 낮아지면 가격이 두 배가 아니라 몇 배로 뛴다. f/1.2나 f/0.95 같은 극한의 밝기를 추구하면 가격은 천문학적 수준에 도달한다. 렌즈 가격이 폭등하는 이 곡선은, 인간의 탐구가 끝으로 갈수록 희소성과 무한 비용의 함정에 빠진다는 사실을 통찰하게 한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기술에도, 예술에도, 학문에도 적용된다. 언어 학습 역시 동일한 패턴을 따른다. 초급에서 중급까지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어민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완벽은 점근선이다. 가까이 갈수록 닿을수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인생은 유한하고, 우리의 에너지도 무한하지 않다. 한 분야에서 99%를 100%로 만들기 위해 평생을 소진할 것인가, 아니면 그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투자할 것인가.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
현명한 선택은 다른 영역으로 시선과 자원을 이동하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충분한 수준, 즉 실질적으로 유용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기 시작할 때다. 첫 번째 산봉우리를 오르는 것은 힘들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정상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것이 낯설고 가파르다. 하지만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두 번째, 세 번째 산봉우리는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산과 산 사이에는 능선이 있기 때문이다. 첫 산을 오르며 얻은 체력, 기술, 경험은 다음 봉우리로 가는 길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 완전히 바닥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 이미 상당한 고도에서 경험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다.
진짜 마법은 여기서 일어난다. 다양한 영역을 교차할 때 통찰이 발생한다.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이 컴퓨터 과학을 접하면 생물정보학이라는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음악을 이해하는 프로그래머는 알고리즘에서 리듬을 발견한다. 심리학과 경제학이 만나면 행동경제학이 탄생한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충돌하고 융합할 때, 어느 한 분야만 깊이 파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독창적 관점이 생겨난다. 이것은 바로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하나의 봉우리 정상에서는 그 산의 전망만 보인다. 하지만 능선 위에 선 사람은 양쪽 봉우리를 동시에 조망하며, 한 봉우리만 오른 사람은 결코 볼 수 없는 파노라마를 경험한다. 봉우리의 정상은 그 분야의 지식의 한계이고, 능선은 경계 지식이다. 경계에서 비로소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능선이야말로 통찰의 공간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이 가진 영역이 늘어날수록 그 통찰은 세상에서 점점 더 유일해진다는 것이다. 화학을 아는 사람은 많다. 사진을 아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화학과 사진, 그리고 언어학까지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세 개, 네 개, 다섯 개의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가진 관점의 조합은 그 자체로 세상에 하나뿐인 렌즈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 모든 것이 이미 발견되었고, 모든 아이디어가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통찰은 독창성을 낳는다. 진정한 진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과 논문, 아이디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고 재해석하는 데서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과 수학의 기존 도구들을 새롭게 조합했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혁신을 만들어냈다. 통찰은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 사이의 보이지 않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로운 조합은 무한하다. 이것이 통찰이 가진 역설적 힘이다.
완벽을 향한 끝없는 추격을 멈추고, 여러 분야에서 충분한 깊이를 확보하라. 그리고 그것들을 연결하라. 당신만의 고유한 조합이 세상이 아직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낼 것이다. 진정한 독창성은 하나의 봉우리를 끝없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봉우리를 넘나들며 그 사이의 능선을 발견하는 데서 탄생한다. 첫 산은 힘들지만, 그 다음부터는 이미 높은 곳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올라간 봉우리들이 만드는 풍경이 바로 당신만의 통찰이다. 진정한 독창성은 능선에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