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경계가 흐려진 오늘 그리고 영포티

더 이상 나이는 삶의 단위가 아니다.

by 우주사슴

나이는 더 이상 삶의 방식을 강제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30대가 중년의 문턱이었다. 사회는 그 나이에 안정과 책임을 요구했고, 개인의 욕망은 역할의 무게 속에 제한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30대는 그 경계를 거부한다. 그들은 20대와 비슷한 감각으로 살아가며, 나이를 경계선이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경험한다. 세대적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 것이다.


80년대생은 이 변화의 전환점에 서 있다. 그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통과하며, 불연속적 세계를 통합하는 법을 배웠다.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안정이 신화에 불과함을 배웠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정체성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음을 체감했다. 그 결과, 나이는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삶의 형태는 세대보다 환경과 적응력에 따라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는 80년대생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했다는 뜻이 아니다. 공통된 조건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80년대생 내부에도 다양한 층위가 형성되었다. 다만 이 다양성 역시 고정된 삶의 서사를 의심하고, 변화 가능성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는 공통점 위에 존재한다.


90년대생 이후 세대는 이런 전환을 전제로 태어났다. 그들에게 디지털은 선택이 아니라 공기와 같다. 시간은 연속이 아니라 파편의 흐름으로 인식되고, 과거는 기억보다는 데이터로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하나의 자아에 머무르지 않는다. 80년대생이 변화 속의 일관성을 고민했다면, 90년대생은 변화를 전제로 한 유연함을 긍정한다.


2025년 기준 30대는 80년대생 후반과 90년대생 초반이 공존하는 구간이다. 이들은 불안정한 시대를 목격하며 성장했지만, 동시에 유동성의 시대를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과거의 30대와 달리, 현재의 30대는 중년이 아니라 확장된 청년기를 산다. 사회적 역할보다 개인적 성장의 속도가 중요하며, 성숙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재구성의 능력으로 이해된다.


이 맥락에서 성숙은 더 이상 안정된 완성을 뜻하지 않는다. 과거의 성숙이 한 지점에 이르는 종착이라면, 지금의 성숙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시 짜는 과정이다. 사회적 나이나 생물학적 연령보다, 변화 속에서도 자신을 갱신할 수 있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80년대생은 이 감각을 학습했고, 90년대생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체화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영포티라는 단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적 징후다. 흔히 영포티는 나이를 거부하는 퇴행이나, 젊은 세대를 모방하는 현상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런 해석은 피상적이다. 40대가 되어도 새로운 기술, 문화, 감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며, 시간 감각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것은 세대 간 차이를 좁히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각자가 자신을 새로 정의하려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영포티를 세대 간 대립 구도로 소비하려는 담론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과 미디어는 영포티를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충돌로 프레임화하거나, 세대 간 위화감을 조장하는 소재로 활용한다. 이는 영포티의 본질을 왜곡하는 동시에, 세대를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영포티를 둘러싼 담론은 세대 간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대립 구도로 단순화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영포티라는 말 자체가 곧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나이에 따른 역할 구분이 약화되고, 세대 간 감각의 차이가 줄어들면, 특정 연령대를 지칭하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영포티는 과도기적 현상을 포착한 언어일 뿐이며, 시간이 지나면 나이와 세대를 구분하는 언어 자체가 필요 없어질 것이다. 그때 남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각자가 선택한 삶의 방식과 갱신 능력뿐이다.


결국 오늘의 사회에서 나이는 삶의 단위가 아니다. 시간은 더 이상 수직적이지 않고, 세대는 단절이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일부가 마흔이 되어서도 20대의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퇴행이 아니라 시대적 조건의 반영이다. 우리는 더 오래 유동적이고, 더 다층적으로 자신을 재구성한다. 성숙이란 멈추지 않고 갱신하는 능력이며,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세대를 구분 짓는 새로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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