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력교정술을 하지 않나.
출발점은 의외로 소박했다. 젠슨 황이 이재용, 정의선과 함께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치맥 회동을 가진 장면이었다. 이 만남은 젠슨 황의 딸 매디슨 황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고, 젠슨 황은 치킨과 맥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장소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깐부’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 단짝을 상징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소 선택 자체가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제스처이기도 했다. 회동 이후 깐부치킨 매출이 폭증했고, 세 사람이 앉았던 자리에는 1시간 이용 제한까지 걸렸다. 하나의 문화적 이벤트로 기능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것은 전혀 다른 지점이었다. 세 사람 모두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 기술 문명과 자본의 정점에 있는 인물들, 인공지능과 글로벌 제조업의 리더들이 모두 시력 교정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직관과 충돌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원이 많을수록 불편을 제거할 수단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가장 간단한 해결책처럼 보이는 시술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의학적 조건
우선 생물학적 조건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각막 두께, 근시와 난시의 정도와 형태, 노안의 진행 단계, 안구건조증 여부 등은 개인마다 다르다. 특히 이들 세대의 나이를 고려하면 단순 근시 교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노안이 시작된 이후에는 레이저 기반 시력 교정술의 효용이 제한된다. 노안 교정 시술 자체는 존재하지만, 근거리와 원거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나 모노비전 방식으로 양안의 초점을 다르게 맞추는 등 타협이 필요하다.
이 경우 시술 후에도 새로운 보조 기구가 필요해지거나, 시각 시스템 전체를 재조정하는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생물학적 조건은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논의의 기초 구조를 형성한다.
그럼에도 왜 ?
많은 사람들이 “왜 이 정도 위치의 사람들은 시술을 안 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그 질문에는 특정한 전제가 숨어 있다. 시술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하지 않는 것을 예외로 본다는 전제다. 즉 시력 교정술이 보편적으로 합리적이며, 불편함이 존재한다면 누구나 개선을 추구할 것이고, 자원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이 작동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다. 하지 않는 것이 디폴트이며, 하는 것이 특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만 선택되는 옵션일 가능성이다. 이는 ‘불편함’이라는 감각 자체가 삶의 구조와 업무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안경이 불편함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불편함의 기준은 물리적 자원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위험과 효용의 비대칭
라식과 라섹의 부작용 가능성은 낮지만, 0.1퍼센트 수준의 불확실성조차 이들의 작업 조건에서는 비용으로 전환된다. 강한 조명 아래에서의 연설, 하루 수십 개의 의사결정, 장거리 이동과 시차로 인한 시야 피로는 작은 시각적 편차를 확대한다. 강한 조명 아래에서 빛 번짐이 발생하면 청중의 표정 변화를 읽는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미세한 수치를 확인하는 데 불편이 생길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무시 가능한 수준의 변화가 이들의 작업 환경에서는 실시간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위험과 효용이 비대칭인 구조에서는 작은 위험도 무시할 수 없으며, 안정된 시각적 상태 자체가 자산이 된다. 안경이라는 장치는 불편함을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리스크를 통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상징 자본과 이미지 관리
여기에 사회적 상징의 문제가 더해진다. 시력 교정술은 육체의 개선을 전제하는 선택이며, 개인의 신체에 개입하는 자기관리의 강화된 형태에 가깝다. 반면 안경은 오래된 지식인의 상징이며, 기술 엘리트 이미지와도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이 공유하는 역할은 전면적인 지배보다는 안정과 조율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이 맥락에서 안경은 권위를 부드럽게 완충하는 장치이면서 과도한 자기관리의 신호를 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미지는 단순히 외형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의 이미지는 의사결정의 신뢰성과 연결되며, 그 안정적 이미지가 조직 전체의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이는 시술을 하지 않는 선택이 오히려 전략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겉보기에는 단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시력 교정술 여부는 생물학적 조건, 위험과 효용의 비대칭성, 리스크 관리, 그리고 이미지 구성이라는 여러 층위가 얽혀 있는 문제다. 자원이 많기 때문에 시술을 선택할 것이라는 통념은 ‘불편함을 제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들의 세계에서는 불편함의 정의, 리스크의 단위, 안정성의 의미가 일반적 기준과 다르다.
따라서 이들의 선택은 단순한 의료적 결정이 아니다. 생체의 안전성, 상징 자본의 관리, 조직적 역할의 부담까지 포함한 복합적 판단이다. 시술을 하지 않는 것은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위험 인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선택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