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투표 하시나요?

투표라는 포장을 파헤친다.

by 우주사슴

오징어게임과 투표 – 선택의 자유를 위장한 폭력적 설계


《오징어게임》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게임을 계속할 것인가"를 투표로 결정하는 순간이다. 겉보기에 이는 자유의사와 집단결정을 존중하는 민주적 절차 같지만, 살인을 전제로 한 게임의 속행 여부를 다수결로 결정하는 아이러니는 폭력의 정당화 기제로서 투표의 위험을 함축한다.


다수결의 함정과 정당성 위장


게임 규칙은 과반수 찬성이면 중단 또는 속행이 가능하도록 짜여 있다. 이는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을 모방해 공정을 흉내 내지만, "많은 사람이 원하면 살인조차 정당해지는" 잔혹한 아이러니가 내재되어 있다. 다수결은 윤리적 정당성을 마치 수동적으로 수여하는 기계처럼 기능하지만, 실제로는 폭력을 은폐하는 장치를 제공한다.


기권의 함정과 종속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오징어게임의 투표에서 기권은 곧 결과에 무비판적으로 종속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현실 정치에서도 무관심이나 기권은 다수나 권력자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하며, 기권자는 그 운명의 수동적 수혜자이자 희생자에 불과해진다.


공개 투표와 압력


게임 투표는 비밀이 아닌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유니폼에 의사 표기를 부착해야 했다. 이는 투명성이라는 명목 아래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동조와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심리적 압력이 되었다. 소수 의견은 공개 의사 앞에서 쉽게 부당함을 당하며, 여론의 무게가 자유로운 선택을 압도했다.


단순 유도 아닌 적극 개입


주최측은 투표를 설계한 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거액 상금을 상징하는 투명한 돈가방을 노출하며 참가자들의 절망과 탐욕을 유도하고, 심리적·사회적 균열을 설계적으로 조장했다. 이는 단순한 설득이 아니라 심리 조작과 구조 설계를 동원한 적극적 개입이다. 이 투표는 사실상 함정이었다.


책임 전가와 폭력의 정당화


마지막에 주최측은 “우리가 강요한 건 없다. 너희가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다수결의 외양 뒤에 숨은 이 문구는 폭력의 책임을 참가자에게 전가하며, 시스템적 면책 논리를 구축한다. 투표는 중립적 절차가 아니라 권력자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전략적 도구가 된다.


투표의 본질적 질문과 지금의 메시지


오징어게임은 투표가 단순히 민주적이고 공정한 결정의 수단이 아님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투표는 자유의지를 보장하는가, 아니면 조작하고 강제하는가?


기권은 중립인가, 아니면 다수의 결정에 대한 무비판적 동의인가?


공개 투표는 투명성인가, 심리적 폭력인가?


권력은 어떻게 투표라는 장치를 폭력 정당화와 책임 전가 수단으로 삼는가?


이 질문들은 오징어게임의 극단적 설정을 넘어 우리 현실의 투표제도와 그 취약성을 성찰하게 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겪는 불평등, 경쟁, 책임의 전가, 편가르기와 동조 압력 등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면서, 오징어게임은 투표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가 믿어온 자유와 공정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적시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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