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오징어게임으로 대놓고 풍자한 민주주의
오징어게임 3의 일부게임 및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고공 오징어게임이 드러낸 민주주의의 허상,
형식적 다수결이 약자를 삼키는 순간을 철저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정면에 감독은 배치하였습니다.
1. 의도적이고 과장된 민주주의 풍자
고공 오징어게임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민주주의를 희화화한 장면을 배치한다. “민주적으로 하자”라는 외침은 살인을 결정하는 투표 절차를 과장해 보여주며, 절차적 정당성이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는지를 폭로한다.
특히 “우리가 토론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한 거예요. 미안하지만 좀 죽어주세요”라는 대사는 살인을 ‘토론’과 ‘합의’라는 언어로 포장하는 극단적 사례다. 관객이 “이게 정말 민주주의인가?”라고 자문하게 만들며, 다수결이 정의나 윤리를 담보한다는 환상을 허문다.
감독은 민주주의의 이상적 이미지가 아니라, 그 비틀린 현실을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바라보게 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2. 사례적 장치: O/X 표식과 투표의 게임화
참가자들의 가슴에 붙은 O/X 표식은 정치적 진영 논리의 풍자적 상징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극단적 편 가르기를 연상시킨다. 진영 간 적대가 토론이 아닌 제거를 목적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이른바 "도시락 작전"이라 불린 집단 표적 투표는 다수파가 소수를 조직적으로 제거하는 현실 정치를 은유한다. 다수결이 공정성을 가장해 약자를 배제하는 과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3. 구조적 풍자의 무대: 부실한 고공 현장
게임이 벌어지는 낡고 위태로운 건설 현장은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의 불안정함을 상징한다. 안전제일(Safety First) 구호는 무력해 보이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기둥은 감독이 “지금의 세상과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참가자들이 위에서 아래로 서로를 밀어내는 구도는 승자독식과 약자 배제의 논리를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4. 이기적 다수가 지배하는 논리
이 게임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다. 사회가 실제로 이기적 다수의 이익을 중심으로 작동함을 은유한다. 참가자들은 생존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면서도 “민주적 투표”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감독은 다수의 의지가 선이라는 믿음이 어떻게 폭력의 제도화를 가능하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5. 감독의 자각적 선언
황동혁은 인터뷰에서 “다수결이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극적 긴장감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겨냥한 메시지다.
그는 현실 정치의 양극화, 다수당의 폭주, 약자 희생의 반복을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6. 라틴어 문구의 경고
게임장 벽면의 라틴어 문구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지만 내일은 너다)”는 약자 제거가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누구나 희생될 수 있는 순환 구조임을 경고한다. 다수결의 폭정이 결국 모든 이를 위협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마무리하며,
절차의 폭력을 직시하고 선택의 윤리를 묻다
고공 오징어게임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위선을 해부한다. 감독은 투표 장면의 연극성을 극대화하고, 시각적 장치와 현실 정치의 은유를 총동원해 다수결이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순간을 드러낸다.
그러나 작품은 냉소로 끝나지 않는다. 기훈의 선택은 다수결의 폭력성을 거부하고 약자와 연대하는 윤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투표가 칼이 되지 않으려면, 그 안에 인간성을 담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유지 여부는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