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있는지 보여?

용서하지 않는 마음

by Hildegart von Bingen

놓아버려라, 용서하라, 비우라 한다.

용서하라고 하면 나에게 해를 입힌 상대를 용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용서의 본질은 내면의 분노, 원망, 상처를 가진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놓아버리는 것이다.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이 자기 아들을 죽인 웅변학원 원장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교도소에 데려다 달라고 할 때 극 중에서 송강호가 말한다. 마음으로 용서하면 되지, 굳이 사람들 앞에서 용서했다고 하고, 거기까지 가야 하느냐고.

내면에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는 마음의 저항은 외부로 밀려 나온다. 용납받지 못한 나는 상대를 원망하며 내 상처를 들키지 않으려고 하거나 상대를 용서하려는 노력을 해서 고통을 부인하려고 한다. 고뇌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내 안에 ‘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용서하는 사람이 되는 일에 대한 저항을 계속해서 놓아 버리면 놀랍게도 용서하는 마음이 용솟음친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놓아버림⟫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분노할 때 내 몸이 타들어 가며 내 몸을 해치는 게 느껴진다. 저 사람 때문인 것 같은데 분노가 저 사람이 아니라 나를 태운다면, 우선 나부터 살려야 할 것 아닌가.

용서란 분노에 휩싸인 나를 화염에서 구하는 것이다. 보여주기 위해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빚어낸 배려다. 용서해 ‘주는’ 것보다 그냥 ‘지는’ 것 같다. 화염에서 벗어나고 나면 진 게 아니라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기억자아는 과거의 상처와 경험을 엮어 계속 이야기를 만든다. 경험자아는 바꿀 수 없지만, 기억자아는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긍정적 내면소통 습관은 뉴런의 가소성에 기반한다. ‘진짜 긍정이란, 전전두피질 활성화를 위한 자기와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처리를 습관화하는 상태’라고 한다. 6가지 긍정적 내면소통은 자기 관점으로 스토리텔링하는 기억자아의 내용물을 용서-연민-사랑-수용-감사-존중 위주로 돌아가도록 습관화하는 것이다. 자기와 타인에 대해.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지는 의문이다. 나부터 살고 싶어 시작했지만 내면소통의 도구들을 ‘습관화’하는 중이다. 사건을 파고드는 집착력이 떨어지긴 했다. ‘뭔가’ 놓아지는 걸 수도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뒷모습, 얼굴 없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