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무한정 쿠폰

언제든 살 수 있다

by Hildegart von Bingen

마케팅 할인쿠폰이 도착했다.

쿠폰을 받으면 뭔가 얻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 쿠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돈을 잃는 것도 아닌데, 놓치는 순간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쿠폰은 ‘언제까지’, ‘조건을 채우면’ 보상이 있다고 유혹한다. 마케팅이 만드는 쿠폰은 ‘놓치면 손해’라는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게 한다.


나는 마켓컬리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곤 하는데, 가끔 5만원 이상 구입 시 7,000원 할인쿠폰 메시지가 온다.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을 때 마침 쿠폰이 오면 땡큐다. 그러나 어떤 날은 쿠폰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장바구니를 훑고, 할인 조건에 맞춰 ‘필요할 것 같은’ 생각으로 이것저것 더 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서 재료가 남아돌아 결국 버리거나, 먹고 싶은 게 따로 있는데도 재료 소진을 위한 요리를 해먹을 때가 있다. 멤버십을 사용하다 혜택에 맞추려고 소비하는 게 느껴져 해지했는데도 여전히 프레임에 갇혀 압박 소비를 하고 있었다.


이마트 쿠폰이 왔을 때도 살 게 없었는데 ‘뭐 살 거 있나?’ 하고 머리를 굴리고, SK텔레콤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무료쿠폰이나 50% 할인 쿠폰을 주는데 평소 가지 않는 곳인데도 “이참에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뜻 메시지를 지우지 못하는 걸 보고 이거야말로 견물생심(見物生心)인가, 했다.


스토아 철학에서 ‘우리는 외부의 조건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조건에 반응하는 태도는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케팅의 언어가 ‘놓치면 안 된다’는 조급함을 부추길 때, 나는 내면에 이렇게 묻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가?’


쿠폰은 결국 내 행동의 방향을 설정한다. 그것에 이끌려 소비할 것인지, 주도권을 갖고 내 패턴으로 가져와 진짜 이익을 얻을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조건에 흔들릴 때 잠시 멈추어 선택의 방향을 정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면의 코어가 단단해지는 게 느껴진다. 선택의 주도권은 내면에서 나온다. 근원에 대한 신뢰는 자유를 준다. 내가 필요할 때 마케팅의 혜택을 유용하게 사용하거나, 쿠폰이 없더라도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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