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와 몰입
⟨팬텀싱어 4⟩에 나오는 바리톤 중 한 분이 4중창 선곡할 때 자기는 ‘부드러운 노래가 좋다’고 했다. 이미 부드러움이 드러나는데 왜 굳이 부드러운 노래가 부르고 싶다고 말했을까, 궁금했다.
프로듀서 오디션 때를 보니 부드럽게 시작해 바리톤의 힘을 한 번 보여주고 다시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연출로 노래했다. 이때는 인상에 남지 않아 몰랐는데, 4중창에서 부드러운 노래를 선택해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분에게 느껴지던 매력이 전달되지 않았다.
듀엣과 트리오를 할 때는 강렬한 노래에서 따뜻함이 내면에서 묻어 나와 드라마틱하다고 느꼈다. 악의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에도 ‘따뜻한 사람’이라는 내면의 본질이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소리 톤에서 긴장감과 따뜻함 사이의 진동감이 느껴지고, 목소리는 ‘고뇌 속에서 선함을 지키려는 장면’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같은 사람인데 곡의 분위기에 따라 매력이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매력은 진정성과 연결된다. 매력은 ‘하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본질일 때 강력해진다.
‘어떻게 보이고 싶은’ 자신만의 이미지를 추구하게 되는 건 그 모습을 이미 경험했고, 다른 사람도 알아봐 준 적이 있고, 나 스스로도 ‘이건 나의 강점이야’라고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내 안에 있는 강점을 드러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이미지에 집착하는 건 매력이 희석될 수 있다.
내가 자주 추구하던 이미지는 여성스러움이다. 말투를 좀 더 부드럽게 하려고 의식한다거나 우아한 손동작이나 몸짓을 하려고 한다. 여성스럽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관찰자가 되어 표정, 말투, 몸짓 하나하나를 ‘여성스러운가?’라는 나만의 잣대로 필터링한다. 그런 의식은 자연스러운 생체 에너지의 흐름을 방해한다. 쉽게 지친다.
그런 의도 없이 나대로 무뚝뚝하게(내가 생각하는 평소 모습) 지내다 보면 주변에서 ‘너 되게 여성스러워’라거나 ‘너 애교 많아. 몰랐어?’라고 말할 때가 있다. 삶 자체를 산다거나 어떤 상황에 몰입해 있을 때는 의도라는 필터가 사라지고 그 안에서 본래 기질이 가공 없이 드러난다. 근원에서 나오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느껴진다.
매력이 빛날 때는 그것을 ‘보이려고’ 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것을 잊어버릴 만큼 몰입하는 순간이다. 그때 진정성 있는 나만의 삶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