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방문 2편
1. 상하이에 가기 전에
우리나라에도 많은 천문대가 있고, 연구용 천문대인 보현산 천문대, 소백산 천문대, 학교나 교육청 소속 천문대를 제외하고, 누구나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천문대는 크게 2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공립천문대(천문대, 천문과학관, 시민천문대 등 여러 이름으로 명명돼 있다)와, 국가에서 설립한 국립과학관에 소속된 천문대(천체관측소로 명명된 곳도 있다)이다. 공립천문대는 전국에 약 50군데 정도가 있고, 국립과학관은 전국에 5군데가 있다.
국립과학관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가장 아쉬운 것은 국립과학관 천문대에서 천문대 팀이 독립적으로 구성된 곳이 과천과학관 한 곳 뿐이고, 천문학 관련한 충분한 전시 공간을 가진 곳은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공립천문대는 망원경, 전시, 천체투영관을 고루 구비하고 있으나 부지가 대부분 1만 제곱미터 미만으로 소규모이기에 전시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결국 상하이천문박물관(Shanghai Astronomy Museum)의 천문학 전시를 둘러본 후 나는 이 전시공간을 좋아하고, 부러워하게 되었다. 전시공간이 충분히 크고 많은 전시품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전시품이 세심하게 기획되고 제작됐으며, 두 가지 관점에서 전시 흐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전시관 1
상하이천문박물관에는 총 3개의 전시관과 2개의 천체투영관, 2개의 천문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우주를 주제로 하면서 충분한 전시 공간을 구비한 곳이다. 3개의 전시관은 "Home", "Cosmos", "Odyssey" 이렇게 3개 주제로 구성되었는데, 돌다보면 마치 2개의 큰 전시관인 것처럼 느껴진다. "Home"과 "Cosmos"의 주제가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태양계와 그 주변, 우리 은하, 외부은하를 거쳐 우주로 이어진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순서대로 구성돼 있으며, 인류가 우주를 발견해 온 순서이기도 하다. 사실 대부분의 천문학 전시가 이 순서로 돼 있다. 그렇지만 워낙 큰 공간에 공들인 기획으로 구성한 곳인 만큼, 전시품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크기와 규모로 구성돼 있다. 워낙 많은 전시품들이 있어서, 사진은 아주 일부만 담아왔다.
3. 전시관 2
"Odyssey"는 인류가 우주를 탐사해 온 순서를 알려준다. 고대에서 인식한 우주(당시 우주는 태양계 정도가 전부였다), 과학혁명을 통한 태양계 구조의 인식, 외부은하의 발견과 우주(Universe), 인류가 우주(Space)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Home" & "Cosmos"와 순서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것은, "Home" & "Cosmos"는 과학적 사실을 중심으로 풀어낸 전시인 반면, "Odyssey"는 과거 과학혁명부터 현재 우주탐사까지 인류가 한 일을 중심으로 풀어낸 스토리이다. 이렇게 사람이 해 온 일을 중심으로 풀어낸 천문학 전시를 이렇게 큰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없고, 아마 일본을 포함해도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일 것이다. 유럽, 미국의 전시는 내가 아직 충분히 돌아보지 못해서 장담하기 어려우나, 아마 여전히 독보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시관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역시 과학혁명 관련된 서적 수집품이었다. 관련된 내용은 이전 글에 먼저 정리하였다.
※ 상하이 방문 1편 보기: 상해천문박물관에서 만난 과학혁명(상하이천문박물관에서 만난 과학혁명 주인공들), https://brunch.co.kr/@space-hur/1
4. 천체투영관
보통 천체투영관은 1개만 설치하는데,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하이천문과학관은 2개의 천체투영관이 있다. 천체투영관은 반구형 돔을 천장에 설치하고, 거기에 화면을 투사해서 밤하늘 모습을 재구현하는 장소다. 실제 밤하늘을 볼 수 없는 환경(대도시, 관측 불가능한 날씨 등)에서도 밤하늘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장소다. 천체투영관의 방식은 광학식과 디지털식이 있다. 광학식은 렌즈를 이용해 별의 밝기를 구현한 방식으로, 디지털식보다 별의 구현이 더 깔끔하지만, 그 외 기능은 상당히 제한된다. 디지털식은 하늘의 구현은 광학식보다 부족하지만, 영상의 상영이나 우주 시뮬레이션의 자유도가 높아 사용자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확장될 수 있다. 보통 광학식과 디지털식 중 하나를 선택해 투영관을 만든다. 혹은 광학식과 디지털을 모두 활용해 광학식의 단점을 약간 보완하기도 한다.
상하이천문박물관은 2개의 투영관을 설치하여 한 쪽은 광학식(+디지털 프로젝터 보완), 다른 한 쪽은 디지털 투영관을 구성했다. 디지털 투영관을 먼저 봤는데, 선예도와 채도, 명암비가 훌륭한 프로젝터였으며, 3D 영상 상영도 가능했다. 이후 광학식 투영관에서는 아주 멋진 모습으로 별을 구현했다. 국내에서 수많은 투영관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이 2개의 투영관은 투영관에 설치된 투영 시스템의 질 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상영 컨디션도 아주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5. 천문대
천문대는 밤에 천체를 관찰하는 곳이지만, 실제로 방문 인원의 대부분은 낮에 방문한다. 상하이천문박물관의 큰 장점이라면 낮에 태양을 관측하는 망원경이 별도로 있다는 것이다. 그리피스 천문대의 태양망원경 다음으로 부러운 망원경이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태양 빛을 분광해서 보여주는 분광기의 광로를 방문인원이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천문대는 밤에 천체를 관찰하는 곳이지만, 실제로 방문 인원의 대부분은 낮에 방문한다. 상하이천문박물관의 큰 장점이라면 낮에 태양을 관측하는 망원경이 별도로 있다는 것이다. 그리피스 천문대의 태양망원경 다음으로 부러운 망원경이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태양 빛을 분광해서 보여주는 분광기의 광로를 방문인원이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낮에 태양관측을 실제 하는 동안에는 위 사진에서 강한 태양빛의 광로를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야간 관측용 1m 망원경 또한 많은 고려를 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바로 눈을 대고 관측 가능한 초점 외에도 사진 촬영이 가능한 초점을 따로 두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런 기능은 우리나라의 몇몇 망원경에에도 구현되어 있는 기능으로, 대표적으로 국립대구과학관 1m 망원경과 국립광주과학관 1.2m 망원경은 사진촬영과 육안관측이 쉽게 전환 가능하다. 위 두 천문대의 망원경과 상하이천문박물관의 1m 망원경의 차이점은. 상하이천문박물관의 망원경의 경우 사진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부경 위치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디자인은 부경을 거치기 전 상태에서 사진촬영용 보정렌즈 광학계를 디자인할 수 있고, 부경의 반사를 거치지 않은 조건이기 때문에 보정렌즈 디자인의 자유도가 다소 높아진다.
상하이천문박물관의 망원경을 둘러볼 때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관측을 해볼 수 없었다. 원격 접속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원격으로 접속하여 관측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