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달

by space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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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이로, 아파트 사이로 달이 떴다.

아파트와 달이 겹쳐 보이는 게 잘 어울린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대비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서울의 달'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노래가 나왔다.

우~~

아무래도 난 떠나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해~~~


우리가 어딘 가를 떠날 때의 마음이 잘 드러 난다.

서울, 그 주류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쓰던 드라마 주인공이 생각난다.

서울은 들어 올 이유도, 떠날 이유도 다 같이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기에 누군가는 떠나고 또 들어오고 하며 서울 주변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반이 머무르고 있다.


서울은 대비의 도시이다.

서울의 뒤켠은 화려함에 대비되어 쓸쓸하다. 강남의 뒷골목은 그러기에 측은하다.

얻은 자와 얻지 못 한자는 서로를 배경으로 더 기뻐하고 더 슬퍼한다.

노랫말의 대부분은 그 슬픔을, 콘크리트의 냉기를 전해 준다.


서울을 떠나 산골로 향하며 중년의 한 남자는 중얼거렸다.

" 나의 시야에서 지웠던 세상 아니, 세상이 나를 지웠을지도 모른다. 나의 선택은 세상이 나를 등질 끝 무렵에 나의 마지막 돌아서는 한 걸음을 더한 것이 전부였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그 의미 없는 가치들에 나는 등을 돌리고 말았다. 입장과 필요에 따라 춤추는 어지러운 발걸음들과 확성기 소리, 견딜 수 없는 악취는 이 세상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음을 말해 주었다. 있는 자는 자신에게 겨우 있는 것을 자축하지 못하고 없는 자의 시선에서 그 축복을 얻으려 하고, 없는 자는 있는 자에게 가엾은 저주를 퍼붓고 있다. 물질이 없는 자여! 그 외로운 외침을 그만두어라.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외침이라면 멈추어라. 그대의 외침은 결국 자신을 없음 그 안에 가두어 버릴 것이다. 있음에서 끝날 외마디 소리라면 확성기를 꺼버려라. 물질이 있는 자여! 두리번거리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그 슬픔은 너의 것이다. 산의 한 골짜기 밖에 못 오른 것이다. 숨 가쁘게 뛰어 온 그 끝이 편협이었다면 그 외로움을 어찌 견디려는가. 있음의 표현이 그대에게 남은 사명이었던가. 없음과 대비된 있음은 가히 의미 있으나 이제 있음 안에서 무엇을 찾으려는가. 그것이 이번에는 더함이었던가. 그대에게 세상은 무엇이고 사람은 무엇인가. 이 대열에서 서성거리는 나는 또 무엇인가.

너의 기쁜 얼굴을, 슬픈 얼굴을 보지 않으려, 나의 슬픈 얼굴, 기쁜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서울을 떠난다. 두메산골로 나는 간다.

나의 기쁨과 나의 슬픔을 내 안에 가둘 수 있을 때, 그때 우리 만납시다. "


우리는 있던 곳을 자꾸만 떠난다.

떠날 이유를 만들어 떠난다.

하지만 떠날 이유, 그 안에는 나도 들어 있음을, 나는 네가 떠나는 이유가 될 수 있음도 알게 된다.

떠날 이유는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의 얻지 못함일 수도 있다.

떠난다고 떠나 질까. 익숙했던 나를 버리지 못하는데. 장소를 떠난다고 달라질까.

떠남의 이유는 뒤에 있고 살아야 할 날들은 앞에 놓여 있다.

살아야 할 그 날들은 떠남과는 아무 상관없는 분단의 시간이다.


사과밭 입구에 오투비팜 수호신이라고 이름 붙인 호두나무가 있다.

그 자리에서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물론 나무가 자리를 옮길 수는 없지만 나무도 100년의 세월을 겪어 냈으면

나무가 아니고 한 단계 위의 존재가 될 듯하다.

호두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지곤 한다.

오래된 고목에 대해서 벼슬을 내렸던 것도, 모습을 흩트리지 않고 한 자리에서 버텨 낸 그 세월에 대한 존경 이리라 생각된다.


원효대사가 이런 말씀을 했다 한다.

죽지 말아라 살기 괴롭다.

살지 말아라 죽기 괴롭다.


추임새를 넣어 보면,

죽지 말아라 하니 살기가 괴롭고

살지 말아라 하고 보니 죽기 또한 괴롭다는 말이다.


삶을 성찰한 고승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중간에서 번민하는 삶을

떠나지도 못 하고 머무르지도 못 하는 그 번뇌를 얘기하였으리라.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이라고 말해 주었던 것이리라.


어디를 떠나려는가

서울의 달은 슬프지 않다.

예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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