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니 어둠이 사라진다.
일상의 공간에 놓여 있던 익숙한 물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어두울 때 보이지 않던 것이, 그래서 없던 것이 전구 하나에 나타난다.
무언가의 실체를 보고 있다고, 안다고 장담했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불빛의 반사였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보았다고 진짜인 양 받아들인다.
불빛에 따라 달라지는,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들을 보며 나는 허약한 믿음을 키우고
그것을 또 진실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향해 불을 켠다.
불을 켠다고 사람이 보일까.
불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일까.
어떤 불빛을, 시선을 사람에게 비추고 있나.
손가락 같은 손전등을 켜고 좁은 눈으로 불빛을 이리저리 옮기며 보고자 하였던 것의 증거를 겨우 모은다.
바라본 각도를 따라 반사는 어김없이 나타났고 발가락으로 몸통을, 밖을 가지고 안을 말해 낸다.
주고받는 의도된 시선들이 레이저빔처럼 어지럽게 어두운 하늘을 수놓는다.
대지와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밝히는 태양의 큰 빛이 그립다.
그 빛은 조준하지 않고 모든 것의 있는 그대로를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