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by space bar
IMG_7290.JPG?type=w2


날이 더워도 너무 덥다.

밭에 올라 서면 숨은 턱턱 막히고 쨍한 햇빛은 바라보기만 해도 공포스럽다.

땀은 흐른다기보다는 폭포같이 쏟아진다고 말하는 게 맞을 듯하다.

며칠 전에는 일 욕심을 내다가 더위를 먹고서는 밤이 돼도 몸의 열이 내려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어제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가며 구름을 한 꺼풀 벗겨 내서 그런 지 오늘 햇빛은 더 뜨겁다.

에라~ 모르겠다.

호두나무 밑으로 도망친다.


모양새는 휴식이지만 내용은 햇빛으로부터 살아 남기 위한 긴급대피다.

호두나무 그늘에 벌러덩 누우니 이제야 살 것 같다.

인색하지만 가끔씩 불어 주는 바람에 늘어지게 낮잠을 청한다.

농사일을 하다 보면 중간중간에 쉬어가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된다.

잠깐씩 숨을 돌리는 시간들이 바쁠 때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지만 그 쉬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의 박자를 유지하게 해 준다. 사과농사도 일시에 일이 몰릴 때는 품 인력을 들이지만 처음에는 그 이들이 너무 많이 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골에서는 참이라 하여 아침에 커피타임, 오전 참, 점심, 오후 참 그리고 많이 더울 때는 새끼 참을 먹는다.

횟수도 그러하고 참을 마련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다 보니 성가신 면도 있었다.

하지만 농사일을 해 보면 참이란 것이 바로 일 박자인 것을, 중간중간에 잘 쉴 줄 아는 것이 일을 잘하는 요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사일이 단순 반복에 노동의 강도가 있기에 백 미터 달리기처럼 속도를 내는 것보다 지치지 않고 해 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렇다.


가끔은 무엇이 나에게 휴식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일에 너무 치일 때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휴식이 되기도 하나 휴식의 자체적인 의미로는 빈약한 느낌이다.

무엇을 하지 않는 부작위가 어떤 시간을 정의하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휴식의 시간을 메꾸는 것이 제각각이고 그것에 따라 느끼는 것이 주관적이기에 무엇이 휴식이다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휴식의 시간은 무엇을 향한 지향의 끈을 놓아 버리고 맨발에 발가락 꼼지락거리고 있어야 할 것 같고 마주한 공백의 시간에 대한 설렘이 스쳐야 할 것 같다. 돌진을 계속한다면 대상만 다를 뿐이지 일하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시간이다.

휴식은 독립적으로 의미가 있을까 아니면 일을 하는 생산의 시간과 관련짓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을까

휴식이 일상이 되어 버리는 경우의 무료함을 떠올리면 역시 휴식은 일하는 시간의 반대편에 서 있어야 하고 일을 전제하는 것이 어울린다.


휴식

뭐라고 그럴까..

일종의 '기웃거림' 정도가 될까?

타지로 나간 이방인의 눈빛으로 일상 이외의 것에 눈을 돌려 그것에 자신의 마음과 몸을 노출시키고

익숙한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태는 그런 시간들일까?

그렇다고 그 기웃거림이 유명한 관광지를 빠짐없이 다녀야 하는 'been to 여행'이나 예전 어른들이 어디 산을 다녀왔다는 증명으로 등산모에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있던 그런 모습이 되어 버리면 그 성취는 의미 있으나 휴식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달성과 도달과 완주의 프로그램은 잠시 내려놔야겠다.

클럽메드라는 유명한 휴양시설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캐치프레이즈로 외친다.

이 말의 무게 중심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에 있기보다는 '그럴 수 있는 자유'에 실려 있는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하고 이루어야 하는 작위로부터 마음을 해방시키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부작위를 선택하는 작위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루지도 못 하는 그 시간을 용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휴식을 휴식답게 만드는 내용 중에 하나일 수 있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