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밑 풀밭에 사과를 내려놓는다.
소풍,
초콜릿,
엄마가 싸주시던 김밥이 스친다.
두터운 박스 포장을 벗어 버리니 사과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삶이 늘 그렇듯이 포장은 행사가 되어 버리고 돌아와야 할 일상을 남겨 둔다.
맨 얼굴을 드러낸 사과는 다행히 일상과의 거리를 좁힌다.
택배 작업으로 박스와의 전쟁을 치르다 보니 봉지에 담긴 사과는 겨울 외투 벗어던진 어느 봄날처럼 상큼하다.
경쾌하게 걸어가는 여인들의 팔에 작은 핸드백처럼 저 사과봉지가 달랑 매달렸으면 좋겠다.
가을바람 불어오는 거리에서 먼 햇빛 바라보다 사과 한 알 깨물으며 회색빛 도시에 빨간 행복 바이러스가 퍼져가면 좋겠다.
사과나무를 키우며
사과가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과에서 파란 하늘 냄새가 났으면 했다.
문득 불어오는 바람같이
한 숨 돌리는 휴식도 되고
일상의 가운데 놓여 있는 편안함이기를 바랬다.